2022년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4)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872
2023년 3월 7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제20차 2.16과학기술상 수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인민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여러 건의 연구개발 과제와 거기에 참가한 50여 명의 과학자, 기술자, 교원, 연구사들이 2.16과학기술상 증서를 받았다. 또 이들 중 핵심적인 역할을 한 다섯 명이 2022년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북에서 과학기술 부문 최고 권위의 상인 2.16과학기술상과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제도에 대해서는 다음 글들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지하초염수 연구의 선구자 김룡흥
먼저 김일성종합대학 자원과학부 교수 김룡흥 박사가 ‘지하초염수’ 탐사 및 취수에 대한 연구로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에 선정되었다.
지하초염수는 바닷물보다 염도가 높은 지하수로서, 북은 김정일 집권기부터 지하초염수에서 소금이나 브롬 같은 자원을 추출하는 것이 기존 방법보다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지하초염수의 부존량, 취수 방법, 추출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더욱 활성화했다.
김정일 집권기부터 위와 같은 연구를 주도한 곳이 바로 김일성종합대학 자원과학부(구 지질학부)이고, 이곳의 교수이자 해양지질학 전문가인 김룡흥 박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북에 지하초염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주장했고, 성능 높은 탐사기를 개발해서 2010년 8월 서해안의 한 제염소에서 처음으로 지하초염수를 뽑아서 소금 생산에 성공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유망한 지하초염수 매장지를 여러 곳 찾아내서 귀성제염소를 필두로 한 여러 제염소가 본격적으로 지하초염수를 이용해서 소금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고 알려졌다.
귀성제염소 현지지도에서 지하초염수를 살펴보는 김정은 위원장(로동신문, 2016.5.24.)
산소-미분탄 착화기술을 개발한 장승준
국가과학원 열공학연구소 실장 장승준 박사는 산소-미분탄 착화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에 선정되었다.
이 기술은 국내산 무연탄을 곱게 빻은 미분탄을 산소와 함께 이용해서 화력발전소의 대형 보일러에 불을 붙이고 안정적으로 탈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북은 이 기술 덕분에 북이 전량 수입해야 하는 중유 소비를 줄이고 전력생산을 늘렸다고 평가한다.
장승준은 올해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네 번이나 2.16 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에 상을 받게 된 산소-미분탄 착화기술을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에 도입해서 2019년에 이미 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보일러 운영과정에서 폭발적인 연소 현상 때문에 보일러에 물리적 충격을 주며 연소효율도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
장승준을 필두로 한 연구진은 이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새로운 착화 방법과 착화 장치를 개발해서 2021년 10월 시운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실제 대형 보일러에 도입해서 2022년 전력증산과 석탄 절약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상을 받게 되었다.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조선, 2019년 3월호)
미생물복합균을 개발한 김창유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 첨단기술제품교류소 실장 김창유 박사는 미생물 복합균 <신양2>호와, 그것을 이용한 유기질비료(발효 퇴비) 생산기술을 개발한 공으로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에 선정되었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여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미생물 시료를 채취해서 1만 6천여 종의 균을 분리했고, 여기서 북 기후풍토에서 활성이 높은 28개의 균을 골라서 복합균을 만들었다.
<신향2>호로 만든 발효 퇴비 1톤이 일반 퇴비 20톤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고 하며, 생산량이 2-3톤에 불과했던 저수확지에서 10톤을 생산하는 등 곡물 생산량을 훨씬 높였다고 알려졌다. 북 보도를 살펴보면 대략 2018년경부터 생산에 도입되었고 적용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김창유(가운데)와 동료 연구자들 (내나라, 2021.9.30.)
암 백신과 암 치료법을 개발한 리일훈
의학연구원 종양연구소 실장 리일훈 박사는 종양내과 전문가로서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는 약을 개발하고 20여 년의 임상 검토를 통해서 암 치료법을 확립해서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되었다.
『생물학』, 『조선의학』 등 북의 학술지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리일훈의 암 연구 논문이 나오고, 암 백신과 관련한 논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다.
로동신문에는 2004년에 “암 재발, 전이 예방약”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처음 나오고, 2011년에 새로운 암 백신 개발을 전하는 기사도 있다. 북의 보도를 보면 그가 개발한 치료 방법이 그 이전 북에서 쓰던 기존 방법보다 암 환자의 생존률을 훨씬 높였고, 지금은 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리일훈이 개발한 암 재발, 전이예방약 광고(메아리, 2017.6.6.)
발전기 보일러 단열벽돌을 개발한 현옥주
끝으로 평양화력발전소 보온건재분공장 공장장 현옥주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재와 북에 흔한 점토로 단열벽돌을 만들고 이걸 이용해서 발전기 보일러를 밀폐 보온하는 시공방법을 개발해서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되었다.
제대 군인 출신인 그는 이번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중 유일한 여성이자 유일한 석사이다. 직책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 연구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 기술자인 아버지와 협력하면서 전력공업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찾아다니며 전문역량을 높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백색 연재를 이용한 단열벽돌 생산공정을 확립해서 전력증산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현옥주가 개발한 단열벽돌 이용의 장점(조선의 오늘, 2021.7.30. 영상 캡처)
현옥주는 위와 같은 성과에 힘입어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는 대학원의 전문 학위 과정이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중요한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도 석박사 학위를 주는 북의 생산현장 중심의 교육정책, 과학기술 정책의 사례이다.
또 톺아보기 12("2023년 북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에서 소개한 기술신비주의 타파, 즉 과학자, 기술자뿐 아니라 생산현장의 노동자, 농민도 과학기술을 잘 알 수 있고 그에 기초해서 높은 수준의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