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최고상인 '2.16과학기술상'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5)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948
2.16과학기술상은 북에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서 2003년에 제정되었다. 상의 이름에 붙은 "2.1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서 따왔다.
2004년부터 '과제상', '개인상' 시상
북은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한 개별 과학자, 기술자들(개인상)과 과제들(과제상)을 선정하여 2004년부터 2.16과학기술상을 시상하였다. 2010년경부터는 본상인 2.16과학기술상보다 아래 단계인 과학기술혁신상도 수여하기 시작했다.
(서광, 2018.2.14.)
북의 기사를 보면 2006년까지는 수상자들에게 '증서, 메달, 상금을 수여'했다고 하는데, 2007년부터는 '증서와 메달'만 언급되었다. 즉, '상금'이 빠진 것이다. 지금도 2.16과학기술상 관련 기사에서는 수상자들이 '상장, 메달, 증서'를 받는다고만 나온다.
올해로 20회가 된 2.16과학기술상 시상식은 서너 번을 제외하면 2월 또는 3월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비상방역 조치에 따라 별도의 시상식을 열지 않았다. 대신 각각 6월과 5월에 내각의 간부들이 개별 수상자들에게 상장, 메달, 증서를 전달했다.
과제상 150여 건, 개인상은 13건
지금까지 과제상을 받은 성과는 김정일 집권기 45건을 포함해 150여 건이다. 개인상은 훨씬 적은 13건에 불과했는데, 이 중 2013년까지 12명이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11명이 김정일 집권기에 수상했고, 한 명은 수상 연도를 특정할 수 없었으며, 13번째 수상자는 2019년에 나왔다. 즉, 김정은 집권 이후 개인상 수상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아마 개인상은 폐지되었거나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 같다.
대신 북은 2016년부터 2.16과학기술상(과제상) 수상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과학자, 기술자들을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북 과학기술 관련 주요 정보 추출 가능
2.16과학기술상이 북에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기 때문에, 그 수상 내역을 들여다보면 북에서 진행되는 주요 연구개발 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는지, 핵심적인 연구개발 기관은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확인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수는 총 106건이며, 연도별 현황은 아래 그림과 같다.
김정은 집권기 연도별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수
기초연구는 극소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100여 개의 수상 과제 중 기초연구라고 할 만한 것은 2012년 기초과학 분야에서 첫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가 나온 이래 대여섯 건에 불과하다. 유체 흐름의 조종 가능성 연구, 함수공간 구조와 조화해석 연구, 비선형 복잡계에서 카오스와 프랙탈 연구, 물고기 유전체 지도 제작, 계산대수기하학의 비 다항식 시간특성 연구, 비선형 나노광학 연구 등이다.
이렇게 기초연구의 수가 적은 것은 2.16과학기술상의 핵심 선정기준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북이 김일성 집권기부터 지금까지 생산현장 중심의 과학기술을 강하게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건 정도의 수상 과제는 모두 응용연구, 신기술이나 신제품 개발 성과이다. 심지어 기초연구로 분류한 위 과제들도 응용연구나 기술 개발을 위한 '목적기초연구'였다.
자립경제 관련 성과가 다수
응용 분야의 수상 과제 중에서는 북이 1950년대부터 추구해온 자립경제와 관련된 연구가 많다. 연료의 자립(주체철, 무중유 착화기술 등), 기계・설비・부품의 국산화(지하 전동차, 공작기계용 CNC 장치, 화력 터빈날개 등), 아크릴계 페인트나 마감 건재의 국산화(수입대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북이 자체 제작한 지하 전동차(조선의 오늘, 2019.6.16.)
정보화, 현대화 성과도 다수
북이 2000년대부터 강조하고 있는 정보화나 현대화 관련 성과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서 생산현장의 설비와 공정을 자동화하고 컴퓨터망으로 연결하여 원격감시・통제하는 통합생산체계, 원격교육・대입 원격시험 등 교육의 정보화, 원격의료, 차세대 이동통신 설비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 성과가 상을 받았다. 북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별> 4.0도 2021년 수상하였다.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한 평양메기공장의 통합지령실(2016년 수상)(우리민족끼리, 2017.5.16.)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의 자동화, 무인화된 생산 설비(2018년 수상)(조선의 오늘, 2019.2.10.)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농업, 경공업 성과들
김정은 시대 들어 북이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라고 하면서 인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데 맞추어 농업, 경공업 관련 연구도 적지 않다. 농업에서는 곡물・산란계 등의 우량품종 육종, 벼 강화재배 방법・논벼 큰모 재배 방법 등 다수확 재배법, 영양제・종자 피복제・나노 살균제 등 화학제품 개발이 대표적인 성과이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체육용품 국산화, 가방 천 생산의 국산화, 위생용품 생산공정의 무인화・자동화, 의류 디자인을 위한 첨단 설계기술 개발, 건조효모 생산의 국산화, 도서 인쇄공정의 지능화(스마트화) 등을 수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보건의료, 첨단장비 개발 성과도 수상
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골다공증 치료제 등 약품 개발, 정형외과・성형외과・흉부외과 수술법, 나선식 뇌 CT, 눈전기생리검사기, 인공수정체 생산공정과 같은 보건의료 부문의 수상 과제도 존재한다. 또 수가 많지는 않고 아직 정확한 수준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원자힘현미경, 양자암호통신기(시제품)와 같은 첨단장비 개발 성과도 찾아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빛전자연구소가 개발한 양자암호통신기(2019년 수상) (서광, 2018.6.10.)
공장-대학/연구기관의 공동수상이 절반
연구개발 수행 및 수상 형태를 보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주요 공장과 공동연구를 해서 성과를 내고 공동으로 수상한 사례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북의 가장 큰 제철소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주요 생산공정 현대화에 이 공장 기술진뿐 아니라 국가과학원의 여러 연구소, 김책공대・리과대학・청진광산금속대학 등 주요 대학들이 참여했고 2016년 2.16 과학기술상도 함께 수상했다. 김정숙평양제사공장과 평양기계대학도 협력하여 위생용품 생산공정을 무인화하고 2018년 공동 수상했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조선의오늘, 2018.9.27.)
대학, 연구기관의 단독 수상
산-학/연의 공동수상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단독 수상이다. 특히 양자암호통신기・나선식 뇌CT 같은 첨단장비 개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자동항법계산체계 등 고급 기술 개발에서 주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단독 연구, 단독 수상이 많았다.
생산현장의 단독 연구도 10여 건 확인할 수 있다. 산소열법용광로를 이용한 주체철 생산공정을 만든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사과에서 고농도 천연향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한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이상 2017년 수상), 지하 전동차 국산화에 성공한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2019년 수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의 자동화된 생산라인(조선의오늘, 2017.11.15.)
대학, 연구기관들의 공동수상 사례는 드물어
흥미로운 사실은 100건이 넘는 사례 중 대학-연구기관, 대학-대학, 연구기관-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공동수상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필자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희천발전소의 통합생산체계 확립, 김책제철연합기업소 현대화처럼 많은 연구개발 역량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두세 건밖에 되지 않았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국가과학원의 묘목 생산 공업화 성공, 국가과학원의 철도과학분원과 평양철도종합대학의 이음목 없는 철길 부설기술 확대 도입이 그 예이다.
고질적인 본위주의의 결과
이는 북 과학기술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본위주의", 즉 조직 이기주의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북은 김일성 집권기부터 수십 년째 본위주의 때문에 연구기관들 사이에서 협력연구가 되지 않아 역량 낭비와 성과 부진이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2021년 1월 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도 '과학기술이 일련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후 '본위주의 타파와 협력연구 강화'를 주요 해결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과학계의 본위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2.16 과학기술상 현황에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2.16 과학기술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북 과학기술 관련 몇 가지 정보들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이는 북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대상에 한정한 것이고, 각 수상 과제의 수준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도 필자의 역량 부족 때문에 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2.16과학기술상은 대북 정보 접근이 극히 제한된 상황 속에서 북 과학기술의 여러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이다.
과학기술 분야 최고상인 '2.16과학기술상'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5)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948
2.16과학기술상은 북에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서 2003년에 제정되었다. 상의 이름에 붙은 "2.1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서 따왔다.
2004년부터 '과제상', '개인상' 시상
북은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한 개별 과학자, 기술자들(개인상)과 과제들(과제상)을 선정하여 2004년부터 2.16과학기술상을 시상하였다. 2010년경부터는 본상인 2.16과학기술상보다 아래 단계인 과학기술혁신상도 수여하기 시작했다.
(서광, 2018.2.14.)
북의 기사를 보면 2006년까지는 수상자들에게 '증서, 메달, 상금을 수여'했다고 하는데, 2007년부터는 '증서와 메달'만 언급되었다. 즉, '상금'이 빠진 것이다. 지금도 2.16과학기술상 관련 기사에서는 수상자들이 '상장, 메달, 증서'를 받는다고만 나온다.
올해로 20회가 된 2.16과학기술상 시상식은 서너 번을 제외하면 2월 또는 3월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비상방역 조치에 따라 별도의 시상식을 열지 않았다. 대신 각각 6월과 5월에 내각의 간부들이 개별 수상자들에게 상장, 메달, 증서를 전달했다.
과제상 150여 건, 개인상은 13건
지금까지 과제상을 받은 성과는 김정일 집권기 45건을 포함해 150여 건이다. 개인상은 훨씬 적은 13건에 불과했는데, 이 중 2013년까지 12명이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11명이 김정일 집권기에 수상했고, 한 명은 수상 연도를 특정할 수 없었으며, 13번째 수상자는 2019년에 나왔다. 즉, 김정은 집권 이후 개인상 수상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아마 개인상은 폐지되었거나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 같다.
대신 북은 2016년부터 2.16과학기술상(과제상) 수상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과학자, 기술자들을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로 선정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북 과학기술 관련 주요 정보 추출 가능
2.16과학기술상이 북에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기 때문에, 그 수상 내역을 들여다보면 북에서 진행되는 주요 연구개발 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는지, 핵심적인 연구개발 기관은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확인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수는 총 106건이며, 연도별 현황은 아래 그림과 같다.
김정은 집권기 연도별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수
기초연구는 극소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100여 개의 수상 과제 중 기초연구라고 할 만한 것은 2012년 기초과학 분야에서 첫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가 나온 이래 대여섯 건에 불과하다. 유체 흐름의 조종 가능성 연구, 함수공간 구조와 조화해석 연구, 비선형 복잡계에서 카오스와 프랙탈 연구, 물고기 유전체 지도 제작, 계산대수기하학의 비 다항식 시간특성 연구, 비선형 나노광학 연구 등이다.
이렇게 기초연구의 수가 적은 것은 2.16과학기술상의 핵심 선정기준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북이 김일성 집권기부터 지금까지 생산현장 중심의 과학기술을 강하게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건 정도의 수상 과제는 모두 응용연구, 신기술이나 신제품 개발 성과이다. 심지어 기초연구로 분류한 위 과제들도 응용연구나 기술 개발을 위한 '목적기초연구'였다.
자립경제 관련 성과가 다수
응용 분야의 수상 과제 중에서는 북이 1950년대부터 추구해온 자립경제와 관련된 연구가 많다. 연료의 자립(주체철, 무중유 착화기술 등), 기계・설비・부품의 국산화(지하 전동차, 공작기계용 CNC 장치, 화력 터빈날개 등), 아크릴계 페인트나 마감 건재의 국산화(수입대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북이 자체 제작한 지하 전동차(조선의 오늘, 2019.6.16.)
정보화, 현대화 성과도 다수
북이 2000년대부터 강조하고 있는 정보화나 현대화 관련 성과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서 생산현장의 설비와 공정을 자동화하고 컴퓨터망으로 연결하여 원격감시・통제하는 통합생산체계, 원격교육・대입 원격시험 등 교육의 정보화, 원격의료, 차세대 이동통신 설비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 성과가 상을 받았다. 북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별> 4.0도 2021년 수상하였다.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한 평양메기공장의 통합지령실(2016년 수상)(우리민족끼리, 2017.5.16.)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의 자동화, 무인화된 생산 설비(2018년 수상)(조선의 오늘, 2019.2.10.)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농업, 경공업 성과들
김정은 시대 들어 북이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라고 하면서 인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데 맞추어 농업, 경공업 관련 연구도 적지 않다. 농업에서는 곡물・산란계 등의 우량품종 육종, 벼 강화재배 방법・논벼 큰모 재배 방법 등 다수확 재배법, 영양제・종자 피복제・나노 살균제 등 화학제품 개발이 대표적인 성과이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체육용품 국산화, 가방 천 생산의 국산화, 위생용품 생산공정의 무인화・자동화, 의류 디자인을 위한 첨단 설계기술 개발, 건조효모 생산의 국산화, 도서 인쇄공정의 지능화(스마트화) 등을 수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보건의료, 첨단장비 개발 성과도 수상
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골다공증 치료제 등 약품 개발, 정형외과・성형외과・흉부외과 수술법, 나선식 뇌 CT, 눈전기생리검사기, 인공수정체 생산공정과 같은 보건의료 부문의 수상 과제도 존재한다. 또 수가 많지는 않고 아직 정확한 수준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원자힘현미경, 양자암호통신기(시제품)와 같은 첨단장비 개발 성과도 찾아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빛전자연구소가 개발한 양자암호통신기(2019년 수상) (서광, 2018.6.10.)
공장-대학/연구기관의 공동수상이 절반
연구개발 수행 및 수상 형태를 보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주요 공장과 공동연구를 해서 성과를 내고 공동으로 수상한 사례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북의 가장 큰 제철소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주요 생산공정 현대화에 이 공장 기술진뿐 아니라 국가과학원의 여러 연구소, 김책공대・리과대학・청진광산금속대학 등 주요 대학들이 참여했고 2016년 2.16 과학기술상도 함께 수상했다. 김정숙평양제사공장과 평양기계대학도 협력하여 위생용품 생산공정을 무인화하고 2018년 공동 수상했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조선의오늘, 2018.9.27.)
대학, 연구기관의 단독 수상
산-학/연의 공동수상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단독 수상이다. 특히 양자암호통신기・나선식 뇌CT 같은 첨단장비 개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자동항법계산체계 등 고급 기술 개발에서 주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단독 연구, 단독 수상이 많았다.
생산현장의 단독 연구도 10여 건 확인할 수 있다. 산소열법용광로를 이용한 주체철 생산공정을 만든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사과에서 고농도 천연향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한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이상 2017년 수상), 지하 전동차 국산화에 성공한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2019년 수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의 자동화된 생산라인(조선의오늘, 2017.11.15.)
대학, 연구기관들의 공동수상 사례는 드물어
흥미로운 사실은 100건이 넘는 사례 중 대학-연구기관, 대학-대학, 연구기관-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공동수상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필자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희천발전소의 통합생산체계 확립, 김책제철연합기업소 현대화처럼 많은 연구개발 역량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두세 건밖에 되지 않았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국가과학원의 묘목 생산 공업화 성공, 국가과학원의 철도과학분원과 평양철도종합대학의 이음목 없는 철길 부설기술 확대 도입이 그 예이다.
고질적인 본위주의의 결과
이는 북 과학기술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본위주의", 즉 조직 이기주의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북은 김일성 집권기부터 수십 년째 본위주의 때문에 연구기관들 사이에서 협력연구가 되지 않아 역량 낭비와 성과 부진이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2021년 1월 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도 '과학기술이 일련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후 '본위주의 타파와 협력연구 강화'를 주요 해결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과학계의 본위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2.16 과학기술상 현황에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2.16 과학기술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북 과학기술 관련 몇 가지 정보들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이는 북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대상에 한정한 것이고, 각 수상 과제의 수준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도 필자의 역량 부족 때문에 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2.16과학기술상은 대북 정보 접근이 극히 제한된 상황 속에서 북 과학기술의 여러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