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과학기술인재관리법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8)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314
과학기술 인재의 효율적 관리, 활용이 목적
2023년 4월 11일 북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을 채택(제정)했다. 북에서 말하는 ‘과학기술 인재’는 ‘대학 졸업 정도의 과학기술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지식을 현실에서 응용할 수 있는 과학자나 기술자, 또는 그 정도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국가가 모든 과학기술 인재를 파악하고 관리하면서 그들을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인민생활 향상에 효율적으로 조직, 동원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6개 장 43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대신 북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같은 해 5월 세 번에 걸쳐 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기 때문에, 이로부터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민주조선』 기사와 북의 여타 법들의 구조를 종합하여 추정한 과학기술인재관리법 각 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장. 법의 기본(법의 목적, 주요 개념, 적용대상, 인재 관리사업의 원칙 등)
- 제2장.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 및 등록
- 제3장. 과학기술 인재의 역할 제고, 공적(성과) 평가
- 제4장. 과학기술 인재의 자질향상
- 제5장. 과학기술 인재의 사업 조건 및 생활 조건 보장
- 제6장. 과학기술 인재 관리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지도기관, 행정적/형사적 책임 등)
각 장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과학기술 인재의 발굴・양성 원칙 및 방법, 과학기술 인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기관・기업・개인의 임무, 인재 역량 평가 방법・절차, 인재 정보 관리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또 경제발전・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활동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발언권과 권위 제고, 인재들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업 조건・생활 조건 보장, 성과에 대한 정치적・학술적・물질적 평가(보상) 제공 등을 명시했다고 한다.
2023년 6월 준공한 신의주미래상점의 외부(위)와 내부(조선중앙TV, 2023.6.16.) “미래상점”은 과학자, 기술자 전용 상업시설, 즉 과학기술 인재를 위한 복지・편의시설이다.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인재 정보 등록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무엇보다 이 법은 과학기술 인재의 전문분야・이력・성과 등 정보를 한 명도 빠짐없이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등록해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는 북의 과학기술 행정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북의 모든 기관, 기업, 단체는 자기 단위에 속한 과학기술 인재들의 정보를 전산화해서 이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단편적인 정보들만이 아니라, 각 인재의 역량과 성과를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해서 급수를 판정하고 상급 기관의 승인을 받은 뒤에 등록하도록 했다. 여기서 정량적 지표에는 학력・공적・자격급수 등이, 정성적 지표에는 정보분석 능력・방안제시 능력・개발창조 능력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네 등급으로 인재 구분
과학기술인재관리법에 따르면 위와 같은 지표들에 기초하여 과학기술 인재를 네 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높은 급부터 순서대로 “특출한” 인재, 성/중앙기관/도급 인재, 시/군급 인재, 단위급 인재이다. 이 중 특출한 과학기술 인재들에게는 “국가중점대상과제”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연구 과제가 부여된다고 한다. 또 특출한 인재들의 정보를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등록하는 주체는 “중앙과학기술행정지도관리기관”, 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다.
위와 같은 점들은 특출한 과학기술 인재가 ‘국가급’ 인재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북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등급은 국가급, 광역지자체급, 기초지자체급, 개별 단위급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3년 주기 재교육’ 의무화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과학기술 인재들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발전추세와 현대과학기술에 정통할 수 있도록 3년마다 각자의 전문분야에 대한 재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교육 과목과 내용은 “중앙교육지도기관”(교육위원회)과 인민대학습당이 준비한다. 소논문 또는 학술논문 발표, 학술발표회 적극 참가 등도 자질향상을 위한 인재들의 의무로 명시했다.
인민대학습당 전경
각급 기관, 기업소, 단체들도 과학기술 인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외국어 강습, 국내외 선진적인 기관・기업・단체 참관 및 이를 위한 물질적 조건 제공, 해외 전람회・박람회・학술행사 파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제 공동연구, 해외토론회 파견 명시
이 법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도 국제 공동연구, 해외 실습, 국제학술행사 파견 등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강도 대북 제재, 코로나19 등 현 상황에서 북 과학자, 기술자들의 국제 학술 활동이나 해외연수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까지만 해도 ‘해외 파견을 통한 과학자들의 견문 확대’를 강조했다. 따라서 조건이 마련된다면 과학자들의 국제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에서는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평가・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치적 평가로 각종 매체를 통한 소개선전이나 국가 표창, 학술적 평가에는 학위 수여, 물질적 평가로는 상금 제공 등을 구체적인 예로 제시하고 있다. 톺아보기 16에서 다룬 2.16과학기술상이 과학기술 인재가 받을 수 있는 국가 표창의 대표적인 예이다.
과학기술 중시 노선의 결과물
이제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제정 의의와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 법은 김정은 시대 북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법치의 강화’, 또는 ‘정책과 노선의 법제화’의 사례이다.
제20차 2.16과학기술상 수여식(조선중앙TV, 2023.3.11.)
먼저 넓게 보면 이 법은 북이 김정일 집권기부터 표방하고 있는 과학기술 중시 노선의 결과물이다. 톺아보기 8(북의 “전민과학기술인재화” (1)―초중등 과학기술 교육 강화) 등에서 확인한 대로 북은 현시대를 ‘과학기술이 종합적인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경제 시대, 과학기술의 시대’로 규정하고, 인재와 과학기술이 국가의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핵심적인 국정 목표로 상정하고, 모든 교육과정에서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해왔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위와 같은 인식과 국정운영의 연장선에서 국가의 전략자산인 과학기술 인재를 꼼꼼하게 파악, 관리, 활용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북은 이 법의 제정 이전에도 우주개발법, 재생에네르기법(이상 2013년), 교원법(2015년), 원격교육법, 과학기술성과도입법, 재자원화법(이상 2020년), 이동통신법, 쏘프트웨어보호법(2021년) 등 주요 과학기술 정책을 반영한 법을 다수 만들어왔다.
인재와 과학기술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조선중앙통신, 2019.1.24.)
높아진 과학기술 인재 필요성 반영
좁게 보면 이 법은 최근 들어 더욱 절실해진 북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시도를 반영한 것이다. 북은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대북 제재의 지속,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시인하였다. 그리고 이 때문에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 즉 자체의 과학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도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서 가장 걸린 게 인재 문제’라고 토로했다. 전 국가적으로 여전히 인재의 수가 부족하고 수준도 높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부문・지역・단위가 자신들이 보유한 과학기술 인재를 100% 장악하고, 필요한 인재를 자체적으로 길러내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1년 이후 주요 조치를 법제화
앞서 언급한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각급 단위에 보급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등록하도록 조치한 것이 바로 이 회의 이후이다. 북은 2021년에는 지역, 부문, 단위별로 인재 정보를 등록하는 데 주력했고, 2022년부터 이 시스템의 활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 결정서 표지(로동신문, 2021.2.12.)
※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이용한 효율적인 인재 관리・운용 예시(로동신문, 2021.12.3.)
▶ 만약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미분탄 공급량 자동조절 문제가 제기된다면?
→ 자체 기술 역량을 동원하거나 상급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음
→ 만약 후자라면 전력공업성이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통해 위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지닌 인재를 파악, 선정하여 발전소 파견 가능
북은 과학자, 기술자에 대한 원격재교육 시스템도 2021년에 만들어서 202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2022년에는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서 “과학기술인재관리전망계획”을 작성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로동신문, 2022.10.24.).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한 인재 관리 및 활용, 중장기 인재 관리계획의 작성 및 집행, 과학자, 기술자에 대한 재교육 강화 등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주요 내용이 이처럼 최근 북의 정책적 조치를 법제화한 것이다. 앞으로 북이 이 법에 명시한 대로 과학기술 인재를 효율적으로 발굴, 양성,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북의 과학기술인재관리법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8)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314
과학기술 인재의 효율적 관리, 활용이 목적
2023년 4월 11일 북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을 채택(제정)했다. 북에서 말하는 ‘과학기술 인재’는 ‘대학 졸업 정도의 과학기술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지식을 현실에서 응용할 수 있는 과학자나 기술자, 또는 그 정도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국가가 모든 과학기술 인재를 파악하고 관리하면서 그들을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인민생활 향상에 효율적으로 조직, 동원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6개 장 43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대신 북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같은 해 5월 세 번에 걸쳐 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기 때문에, 이로부터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민주조선』 기사와 북의 여타 법들의 구조를 종합하여 추정한 과학기술인재관리법 각 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장. 법의 기본(법의 목적, 주요 개념, 적용대상, 인재 관리사업의 원칙 등)
- 제2장.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 및 등록
- 제3장. 과학기술 인재의 역할 제고, 공적(성과) 평가
- 제4장. 과학기술 인재의 자질향상
- 제5장. 과학기술 인재의 사업 조건 및 생활 조건 보장
- 제6장. 과학기술 인재 관리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지도기관, 행정적/형사적 책임 등)
각 장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과학기술 인재의 발굴・양성 원칙 및 방법, 과학기술 인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기관・기업・개인의 임무, 인재 역량 평가 방법・절차, 인재 정보 관리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또 경제발전・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활동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발언권과 권위 제고, 인재들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업 조건・생활 조건 보장, 성과에 대한 정치적・학술적・물질적 평가(보상) 제공 등을 명시했다고 한다.
2023년 6월 준공한 신의주미래상점의 외부(위)와 내부(조선중앙TV, 2023.6.16.) “미래상점”은 과학자, 기술자 전용 상업시설, 즉 과학기술 인재를 위한 복지・편의시설이다.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인재 정보 등록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무엇보다 이 법은 과학기술 인재의 전문분야・이력・성과 등 정보를 한 명도 빠짐없이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등록해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는 북의 과학기술 행정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북의 모든 기관, 기업, 단체는 자기 단위에 속한 과학기술 인재들의 정보를 전산화해서 이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단편적인 정보들만이 아니라, 각 인재의 역량과 성과를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해서 급수를 판정하고 상급 기관의 승인을 받은 뒤에 등록하도록 했다. 여기서 정량적 지표에는 학력・공적・자격급수 등이, 정성적 지표에는 정보분석 능력・방안제시 능력・개발창조 능력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네 등급으로 인재 구분
과학기술인재관리법에 따르면 위와 같은 지표들에 기초하여 과학기술 인재를 네 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높은 급부터 순서대로 “특출한” 인재, 성/중앙기관/도급 인재, 시/군급 인재, 단위급 인재이다. 이 중 특출한 과학기술 인재들에게는 “국가중점대상과제”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연구 과제가 부여된다고 한다. 또 특출한 인재들의 정보를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에 등록하는 주체는 “중앙과학기술행정지도관리기관”, 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다.
위와 같은 점들은 특출한 과학기술 인재가 ‘국가급’ 인재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북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등급은 국가급, 광역지자체급, 기초지자체급, 개별 단위급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3년 주기 재교육’ 의무화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과학기술 인재들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발전추세와 현대과학기술에 정통할 수 있도록 3년마다 각자의 전문분야에 대한 재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교육 과목과 내용은 “중앙교육지도기관”(교육위원회)과 인민대학습당이 준비한다. 소논문 또는 학술논문 발표, 학술발표회 적극 참가 등도 자질향상을 위한 인재들의 의무로 명시했다.
인민대학습당 전경
각급 기관, 기업소, 단체들도 과학기술 인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외국어 강습, 국내외 선진적인 기관・기업・단체 참관 및 이를 위한 물질적 조건 제공, 해외 전람회・박람회・학술행사 파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제 공동연구, 해외토론회 파견 명시
이 법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도 국제 공동연구, 해외 실습, 국제학술행사 파견 등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강도 대북 제재, 코로나19 등 현 상황에서 북 과학자, 기술자들의 국제 학술 활동이나 해외연수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까지만 해도 ‘해외 파견을 통한 과학자들의 견문 확대’를 강조했다. 따라서 조건이 마련된다면 과학자들의 국제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에서는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평가・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치적 평가로 각종 매체를 통한 소개선전이나 국가 표창, 학술적 평가에는 학위 수여, 물질적 평가로는 상금 제공 등을 구체적인 예로 제시하고 있다. 톺아보기 16에서 다룬 2.16과학기술상이 과학기술 인재가 받을 수 있는 국가 표창의 대표적인 예이다.
과학기술 중시 노선의 결과물
이제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제정 의의와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 법은 김정은 시대 북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법치의 강화’, 또는 ‘정책과 노선의 법제화’의 사례이다.
제20차 2.16과학기술상 수여식(조선중앙TV, 2023.3.11.)
먼저 넓게 보면 이 법은 북이 김정일 집권기부터 표방하고 있는 과학기술 중시 노선의 결과물이다. 톺아보기 8(북의 “전민과학기술인재화” (1)―초중등 과학기술 교육 강화) 등에서 확인한 대로 북은 현시대를 ‘과학기술이 종합적인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경제 시대, 과학기술의 시대’로 규정하고, 인재와 과학기술이 국가의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핵심적인 국정 목표로 상정하고, 모든 교육과정에서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해왔다.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은 위와 같은 인식과 국정운영의 연장선에서 국가의 전략자산인 과학기술 인재를 꼼꼼하게 파악, 관리, 활용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북은 이 법의 제정 이전에도 우주개발법, 재생에네르기법(이상 2013년), 교원법(2015년), 원격교육법, 과학기술성과도입법, 재자원화법(이상 2020년), 이동통신법, 쏘프트웨어보호법(2021년) 등 주요 과학기술 정책을 반영한 법을 다수 만들어왔다.
인재와 과학기술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조선중앙통신, 2019.1.24.)
높아진 과학기술 인재 필요성 반영
좁게 보면 이 법은 최근 들어 더욱 절실해진 북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시도를 반영한 것이다. 북은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대북 제재의 지속,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시인하였다. 그리고 이 때문에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 즉 자체의 과학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도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서 가장 걸린 게 인재 문제’라고 토로했다. 전 국가적으로 여전히 인재의 수가 부족하고 수준도 높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부문・지역・단위가 자신들이 보유한 과학기술 인재를 100% 장악하고, 필요한 인재를 자체적으로 길러내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1년 이후 주요 조치를 법제화
앞서 언급한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각급 단위에 보급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등록하도록 조치한 것이 바로 이 회의 이후이다. 북은 2021년에는 지역, 부문, 단위별로 인재 정보를 등록하는 데 주력했고, 2022년부터 이 시스템의 활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 결정서 표지(로동신문, 2021.2.12.)
※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이용한 효율적인 인재 관리・운용 예시(로동신문, 2021.12.3.)
▶ 만약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미분탄 공급량 자동조절 문제가 제기된다면?
→ 자체 기술 역량을 동원하거나 상급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음
→ 만약 후자라면 전력공업성이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통해 위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지닌 인재를 파악, 선정하여 발전소 파견 가능
북은 과학자, 기술자에 대한 원격재교육 시스템도 2021년에 만들어서 202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2022년에는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서 “과학기술인재관리전망계획”을 작성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로동신문, 2022.10.24.).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한 인재 관리 및 활용, 중장기 인재 관리계획의 작성 및 집행, 과학자, 기술자에 대한 재교육 강화 등 과학기술인재관리법의 주요 내용이 이처럼 최근 북의 정책적 조치를 법제화한 것이다. 앞으로 북이 이 법에 명시한 대로 과학기술 인재를 효율적으로 발굴, 양성,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