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명전람회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20)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892
전 사회적인 발명 촉진 목적
제17차 국가발명전람회 로고(조선의 오늘, 2023.6.21.)
2023년 6월 19일부터 7월 18일까지 한 달 동안 북의 지적소유권총국이 “발명과 국산화, 재자원화”를 주제로 제17차 <국가발명전람회>를 진행했다. 원래는 <전국발명 및 새기술전람회>였는데, 2018년 제16차 전람회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 전람회의 목적은 명칭이 바뀌기 전이나 후나 우수한 기술제품을 전시, 보급, 유통하면서 과학기술 성과를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발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2018년부터 출품자격 제한
그러나 행사 명칭이 바뀌면서 출품 자격조건은 달라졌다. <전국발명 및 새기술전람회>에는 발명권, 특허권을 받은 기술뿐 아니라 ‘과학기술적으로 새롭고 경제적 의의가 큰’ 기술도 출품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국가발명전람회>는 ‘과학기술적으로 새롭다’, ‘경제적 의의가 크다’와 같은 추상적, 포괄적인 조건은 빼고 발명권이나 특허권을 가진 기술로 출품자격을 한정했다.
지적소유권 강화의 맥락
이 조치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이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적소유권 제도를 강화해온 흐름 속에 있다.
예를 들어 북은 2014년 12월 <발명법>을 개정하면서 발명/특허의 등록, 보호 관련 조항을 20개 이상 늘림으로써 지적소유권의 법적 기반을 크게 강화했다.
2020년에는 <과학기술성과도입법>을 제정해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에 도입한 사람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분명히 했다.
2021년 4월에는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보호하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 <쏘프트웨어보호법>을 제정했고, 같은 해 7월에는 톺아보기 17에서 소개한 <최우수발명가상>을 만들었다(“북의 최우수발명가상”).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은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적소유권을 강화하고 그 중요성을 부각하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발명권이나 특허권을 획득한 기술만 <국가발명전람회>에 출품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때문에 5년 만에 개최
올해 열린 <국가발명전람회>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2000년대 들어 이 행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개 1~2년에 한 번 열렸다. 행사장소는 2015년까지 3대혁명전시관이였는데, 2017년부터는 2016년 문을 연 과학기술전당으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전당(로동신문, 2018.12.8.)
그러나 제17차 전람회는 코로나19 때문에 2018년 제16차 행사 이후 5년 만에 <발명>이라는 홈페이지에서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열렸다. 출품작에 대한 설명 패널이나 모형, 동영상 등을 2차원, 3차원 전시장에 전시했다고 한다.
제17차 국가발명전람회 가상전시장(조선의 오늘, 2023.6.21.)
가상전시로 참관자 대폭 증가
컴퓨터망을 통해서 접속하는 가상전시라서 실물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시공간의 제약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참관자 수가 이전 대회보다 크게 늘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참관자들은 출품작 1,200여 건을 클릭해서 열람하고 평가하고 반영글, 즉 댓글도 쓸 수 있었고, 각 출품작의 클릭 수나 평가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전람회 홈페이지에는 발명 전시장 외에도 우수 기술 내용을 소개하거나 지적소유권 관련 법률 등을 해설하는 “발표회 마당”, 발명 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지적제품전시장”, 그리고 기술자료를 입수하거나 기술 도입 계약을 할 수 있는 “교류마당”도 있었다.
뭔가 나름 다채로웠던 것 같지만, 북 매체들이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상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주요 출품작 소개
예전에는 대회 기간 중에 인기를 끌었던 발명들, 또 폐회식에서 금메달, 즉 1등상을 받은 기술들을 몇 개씩 소개했다. 그 기사들에 따르면 주체철 생산공정의 핵심인 산소열법용광로, 국산화한 각종 화학제품, 텅스텐(북에서는 “월프람”)을 쓰지 않는 고속도강처럼 자립경제와 관련한 발명, 기술들이 많이 출품됐다. 올해 전람회 주제에도 국산화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자립경제 관련 발명이 다수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레이저 절단기, 각종 분석기, 탄산가스-아르곤 용접기처럼 생산현장에 요긴한 설비도 적지 않았다.
텅스텐을 쓰지 않는 고속도강에 대한 설명 패널(조선의 오늘, 2018.9.3.)
국가과학원 조종기계연구소가 개발한 레이저 절단기(조선의 오늘, 2018.8.6.)
농업, 보건, 체육 등 다양한 발명 출품
농작물 성장 촉진제・복합 미생물 영양액・온실 메탄가스 생산체계・협동농장 통합생산체계처럼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발명도 많았고, 제대로 도정이 되지 않은 낟알을 골라내는 고성능 뉘 분리기 같은 것도 출품됐다.
초음파진단기, 원격수술 지원체계, 니코틴 반창고(금연 패치), 생물시계변경안경(생체리듬 조절안경) 등 보건의료 관련 발명들도 적지 않았고, 생태띄우개를 이용한 강물정화 방법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역도, 체조, 양궁선수들이 손에 바르는 미끄럼 방지가루, 혼자서도 다양한 형태의 훈련을 할 수 있는 지능형 탁구공 발사기 등 체육의 과학화 관련 발명도 보였다.
온실 메탄가스 생산체계 설명 패널(좌, 조선의 오늘, 2018.9.3.)과 고성능 뉘 분리기(우, 메아리, 2019.8.26.)
협동농장 통합생산체계 설명 패널과 종합 모니터(조선의 오늘, 2018.9.3.)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의 생물시계변경안경(좌, 조선신보, 2014.12.1.)과 평양의료기구기술사의 초음파진단기(우, 조선의 오늘, 2016.8.31.)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 연구사들이 보통강 위에 설치한 생태띄우개(서광, 2017.6.7.)
소백산새기술교류사의 지능형 탁구공 발사기(조선의 오늘, 2018.9.3.)
국가 대표술 제조방법도 출품
2012년에 대동강 식료공장이 감압증류한 소주를 첨가제로 써서 술의 향과 맛을 크게 개선한 평양주 생산방법을 출품했다. 이 방법으로 만든 평양소주는 현재 북의 국주, 즉 국가의 대표술로 지정됐다.
이밖에도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된 식품공업, 경공업 관련 발명들도 꽤 많았고, 무선조종 자동차/비행기처럼 레저와 관련된 발명도 있었다.
대동강식료공장의 생산설비와 평양소주(조선의 오늘, 2019.9.4.)
평양기계대학의 여성 위생용품 무인생산설비((조선중앙TV, 2017.8.20.)
북의 연구개발 동향 파악에 용이
<국가발명전람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수준의 발명이 출품되었다. 톺아보기 6에서 살펴본 전국과학기술축전과 비슷하다(“북 최대의 종합 과학기술 행사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 그래서 이 두 행사만 살펴보아도 북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개략적인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행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뒤에 과학기술 분야 최고상인 2.16과학기술상까지 받은 성과도 적지 않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평양주 생산방법, 여성 위생용품 무인생산설비 등이 전람회에서 1등상을 받은 뒤 각각 2014년, 2018년 2.16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 후자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평양기계대학 기계설계연구소 최동일은 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에 선정되었다.
국가과학원 기계공학연구소의 암석 시추용 금강석추환(추환 = 시추기에 설치하는 공 모양의 절삭공구), 국가과학원 중앙광업연구소의 공기기계식 부선기를 이용한 광물 선광 공정도 전람회 금메달과 2.16과학기술을 모두 받았다.
검덕광업련합기업소에 설치된 공기기계식 부선공정(로동신문, 2019.7.3)
즉, <국가발명전람회>는 북의 최고급 연구개발 성과 후보군을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며, 앞으로도 계속 주목할 만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