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사무총장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 여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됐고, 평창에서 시작된 스포츠 교류가 평양 통일 농구대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지난 10년여간의 단절을 생각하면 ‘이게 어딘가’ 싶긴 합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남북을 잇는 철도사업이 시작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또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이 상시화되고, 2016년에 황망히 문을 닫은 개성공단을 다시 열고.....하는 상상들은 어쩌면 2008년 이전 수준의 남북관계 회복에도 못 미치는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북제재’입니다. 평창에서 시작된 남북화해가 남북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정상회담 직후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기업, 대학, 정부기관과 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류를 실현할 꿈에 부풀었던 때까지도 ‘대북제재’라는 장벽이 이렇게나 높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지난 8월, 150여명의 인천시 유소년축구단은 북한에 대량현금(bulk cash)이 들어갈 수 없다는 근거를 들어 일체의 체류비를 외상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방북했습니다. 미국의 독자제재에 의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우려해, 지난 평양통일농구대회 대표단이 공군수송기를 타고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물자가 오가는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북한으로 가는 모든 물자들이 유엔 제재 위반인지, 미국 등 독자제재 위반인지, 전략물자인지를 일일이 전략물자관리원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나 미 재무부의 승인까지 필요합니다. 절차도 까다롭거니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기준으로 하자면, 물자를 생산하는 장비까지를 포함해 미국산 원자재가 10%이상 포함된 물자는 반출할 수가 없으니 사실상 남북으로 들고 날 수 있는 물자가 없습니다.
대북제재 상황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지속되는 한, 상징적인 화해와 약속 외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제재를 기준으로 따지고 들면, 해석의 여지는 많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안보리 제재는 대량현금(bulk cash) 거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유소년 축구대회 같은 대규모 방북 비용이나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이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해석은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수동적인 입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입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번영을 위한 상수입니다. 사람이 오가고 물자가 오가고,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사람이 섞이고 협력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관계는 발전합니다. 북미관계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남북관계 보다 우선순위에 북미관계를 놓는 순간,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북내부에 교류와 거래에 대한 대북제재의 예외적 적용부터 검토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정부가 유엔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북제재 유예와 중단을 요청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돌, 남북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 굵직한 일정들이 9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연기되면서, 9월말 유엔총회 ‘종전선언’가능성도 줄었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며, 또 빠른 시일 안에 현실화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종전과 함께 대북제재 해제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간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 여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됐고, 평창에서 시작된 스포츠 교류가 평양 통일 농구대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지난 10년여간의 단절을 생각하면 ‘이게 어딘가’ 싶긴 합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남북을 잇는 철도사업이 시작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또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이 상시화되고, 2016년에 황망히 문을 닫은 개성공단을 다시 열고.....하는 상상들은 어쩌면 2008년 이전 수준의 남북관계 회복에도 못 미치는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북제재’입니다. 평창에서 시작된 남북화해가 남북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정상회담 직후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기업, 대학, 정부기관과 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류를 실현할 꿈에 부풀었던 때까지도 ‘대북제재’라는 장벽이 이렇게나 높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지난 8월, 150여명의 인천시 유소년축구단은 북한에 대량현금(bulk cash)이 들어갈 수 없다는 근거를 들어 일체의 체류비를 외상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방북했습니다. 미국의 독자제재에 의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우려해, 지난 평양통일농구대회 대표단이 공군수송기를 타고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물자가 오가는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북한으로 가는 모든 물자들이 유엔 제재 위반인지, 미국 등 독자제재 위반인지, 전략물자인지를 일일이 전략물자관리원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나 미 재무부의 승인까지 필요합니다. 절차도 까다롭거니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기준으로 하자면, 물자를 생산하는 장비까지를 포함해 미국산 원자재가 10%이상 포함된 물자는 반출할 수가 없으니 사실상 남북으로 들고 날 수 있는 물자가 없습니다.
대북제재 상황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지속되는 한, 상징적인 화해와 약속 외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제재를 기준으로 따지고 들면, 해석의 여지는 많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안보리 제재는 대량현금(bulk cash) 거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유소년 축구대회 같은 대규모 방북 비용이나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이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해석은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수동적인 입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입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번영을 위한 상수입니다. 사람이 오가고 물자가 오가고,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사람이 섞이고 협력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관계는 발전합니다. 북미관계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남북관계 보다 우선순위에 북미관계를 놓는 순간,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북내부에 교류와 거래에 대한 대북제재의 예외적 적용부터 검토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정부가 유엔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북제재 유예와 중단을 요청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돌, 남북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 굵직한 일정들이 9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연기되면서, 9월말 유엔총회 ‘종전선언’가능성도 줄었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며, 또 빠른 시일 안에 현실화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종전과 함께 대북제재 해제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간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