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양의 가을을 기억하며, 다시 공동선언을 생각합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지난해 가을, 5.1경기장을 꽉 채운 20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어렵기만 했던 화해가, 평화가 ‘이렇게 오는 구나’ 싶었던 그날, 벅찼던 감동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장면은 남과 북의 국방 책임자들이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하던 모습입니다. 적대의 상징이자 대결의 실체인 국방 책임자들이 마주앉기가 제일 어려웠다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회고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날의 장면은 남북 분단사에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인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곧 9.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지 1년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남북관계는 답답하다 못해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성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당국간 모든 대화 채널이 막혀있습니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로 지난 2월 금강산 새해맞이연대모임 이후 공식적인 민간협의 및 교류는 모두 중단된 상황입니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북측이 문제 삼은 것은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남측의 무기구매, 군비증강입니다. 지난해 3월 키리졸브 훈련 중단과 북측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 북미대화의 입구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훈련중단은 대화의 ‘전제조건’입니다. 더구나 이번 훈련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맞춤형 억제전략, 작전계획 5015를 토대로 한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반발은 뻔히 예상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국방예산을 사상처음으로 50조 넘게 편성했습니다. 전년대비 8%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들이 10조원이나 증액된 것입니다. 국방부는 ‘전방위 안보위협’과 ‘힘을 통한 평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 중 대부분이 북측을 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서는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합의와는 무관하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군사행동이 지속된다면 남북간, 북미간 신뢰구축은 요원하며 어렵게 만든 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전환기, 한반도 질서를 주도할 남북의 단합된 힘이 필요한 때
아베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반발해 단행한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협정 종료 결정까지 와 있습니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미중 무역전쟁이 그칠 줄 모르는 상황인데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으로 대이란 봉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왔고, 5조원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들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월말 북미정상의 판문점 회동이후 곧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대화도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도전이 한반도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전환기, 동아시아 질서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책이나 이론에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현실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밝혔듯, 우리의 선택지는 평화이고, 평화경제이고, 통일번영이어야 합니다.
개성, 금강산 재개도, 남북철도 연결도 제 때 결단하지 못하고 때를 보다가 상황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의 ‘속도조절’ 요구가 남북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까지, 한반도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의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대로 전환기 질서를 개척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카타르 월드컵 남북경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겨레하나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금강산관광 재개 운동에 이미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지난 6월 15일에는 1차로 6,150명의 신청자들의 명단을 우선, 통일부에 제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곡절을 겪고 있는 때이기에 마음 보태주신 회원들, 시민들의 뜻이 더욱 값집니다.
남북의 합의정신으로 돌아가는 일, 약속이행에 나서는 일이 시급합니다. 2019년 하반기, 뜻깊은 9월 평양공동선언 1주년, 10.4남북공동선언 발표 12주년,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경기 등 남북관계를 개선할 기회는 많습니다. 우리 정부가 때를 놓치지 말고 다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조치들을 먼저 취해나가야 합니다.
촛불 이후,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일본상품과 여행 불매운동으로, 광장의 새로운 촛불로 타오른 여름을 보내며, 이번 가을에는, 남과 북이 다시 공동선언의 정신과 약속으로 되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해 평양의 가을을 기억하며, 다시 공동선언을 생각합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지난해 가을, 5.1경기장을 꽉 채운 20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어렵기만 했던 화해가, 평화가 ‘이렇게 오는 구나’ 싶었던 그날, 벅찼던 감동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장면은 남과 북의 국방 책임자들이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하던 모습입니다. 적대의 상징이자 대결의 실체인 국방 책임자들이 마주앉기가 제일 어려웠다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회고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날의 장면은 남북 분단사에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인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곧 9.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지 1년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남북관계는 답답하다 못해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성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당국간 모든 대화 채널이 막혀있습니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로 지난 2월 금강산 새해맞이연대모임 이후 공식적인 민간협의 및 교류는 모두 중단된 상황입니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북측이 문제 삼은 것은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남측의 무기구매, 군비증강입니다. 지난해 3월 키리졸브 훈련 중단과 북측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 북미대화의 입구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훈련중단은 대화의 ‘전제조건’입니다. 더구나 이번 훈련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맞춤형 억제전략, 작전계획 5015를 토대로 한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반발은 뻔히 예상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국방예산을 사상처음으로 50조 넘게 편성했습니다. 전년대비 8%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들이 10조원이나 증액된 것입니다. 국방부는 ‘전방위 안보위협’과 ‘힘을 통한 평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 중 대부분이 북측을 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합의서는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합의와는 무관하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군사행동이 지속된다면 남북간, 북미간 신뢰구축은 요원하며 어렵게 만든 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전환기, 한반도 질서를 주도할 남북의 단합된 힘이 필요한 때
아베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반발해 단행한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협정 종료 결정까지 와 있습니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미중 무역전쟁이 그칠 줄 모르는 상황인데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으로 대이란 봉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왔고, 5조원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들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월말 북미정상의 판문점 회동이후 곧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대화도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도전이 한반도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전환기, 동아시아 질서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책이나 이론에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현실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밝혔듯, 우리의 선택지는 평화이고, 평화경제이고, 통일번영이어야 합니다.
개성, 금강산 재개도, 남북철도 연결도 제 때 결단하지 못하고 때를 보다가 상황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의 ‘속도조절’ 요구가 남북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까지, 한반도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의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대로 전환기 질서를 개척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카타르 월드컵 남북경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겨레하나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금강산관광 재개 운동에 이미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지난 6월 15일에는 1차로 6,150명의 신청자들의 명단을 우선, 통일부에 제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곡절을 겪고 있는 때이기에 마음 보태주신 회원들, 시민들의 뜻이 더욱 값집니다.
남북의 합의정신으로 돌아가는 일, 약속이행에 나서는 일이 시급합니다. 2019년 하반기, 뜻깊은 9월 평양공동선언 1주년, 10.4남북공동선언 발표 12주년,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경기 등 남북관계를 개선할 기회는 많습니다. 우리 정부가 때를 놓치지 말고 다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조치들을 먼저 취해나가야 합니다.
촛불 이후,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일본상품과 여행 불매운동으로, 광장의 새로운 촛불로 타오른 여름을 보내며, 이번 가을에는, 남과 북이 다시 공동선언의 정신과 약속으로 되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