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돌파구는 어떻게 열릴까
이연희 사무총장
뜨거웠던 여름, 남북 통신 연락선이 깜작 연결되고 남북관계 복원에 걸었던 기대도 잠시, 하염없이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동안 중단됐던 남북 통신 연락선이 연결된 것은 정전 68년을 맞는 7월 27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복원된 지 단 2주만에, 연락선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대선 레이스가 이미 시작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년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한미일 외교안보 라인의 각종 협의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4일부터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회의에서도 인도적 지원이 핵심 의제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한 데다, 지난해 자연재해까지 더해 식량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바도 있으니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코로나 백신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백신 보급에 협력하고 있지만, 코백스의 백신 지원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20% 가량의 접종 목표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할 대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는 인도주의적일 수 있는 문제가 북한에게는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미, 남북관계가 모두 교착상태에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인도주의 문제가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북한이 감염병 문제를 미국에 의한 세균전의 일환으로 파악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으로써는 백신의 일부를 지원받는 방식보다는 쿠바처럼 자체 백신을 개발하거나 쿠바 등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7월, 유엔경제사회위원회에 보고한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VNR)에 비추어 보더라도 식량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위급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 자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북한이 이미 인도지원을 ‘비본질적 문제’로 공언한 마당에 인도지원 카드를 먼저 내미는 것은 실효적인 접근일 수 없습니다.
최근 IOC가 도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면서 북한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어게인 평창’을 만들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사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 ‘어게인 평창’은 그리 쉬운 관문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오는 2월인 베이징 올림픽까지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도 문제거니와, 한미군사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해 온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2,3월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정체된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바이든 정부 한반도 정책의 1차 목표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북한 리스크는 바이든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수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북정책의 진실은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자 ‘지연과 회피’ 전략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미일 관계를 축으로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은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 비추어 본다면 현실가능한 접근이 아닙니다.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접근 말고, 남북관계 개선을 초점에 둔 출발점을 새로 설정해야 합니다.
남북간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면 한반도의 운명은 주변 강대국들이 좌우하게 됩니다.
미중경쟁의 한복판에서 한미 군사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 질서에 깊숙이 편입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서로에 대한 ‘진정성’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8년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방역협력은 그해 12월 타미플루를 실은 트럭이 대북제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중단되었습니다. 만일 그때 남북간 방역협력이 시작되었다면 정부가 지금껏 주창해온 코로나 공동방역도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2019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아무런 조건없이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남측은 이에 상응하는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2018년 연내에 하기로 약속했던 종전선언도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남북의 약속을 지키는 일들을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과정이며, 또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지만 지난한 북미관계의 역사를 볼 때 비핵화를 입구로 놓는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합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고려해 대북제재를 뛰어 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2021년 하반기, 겨레하나는 지난 남북관계를 성찰하고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겨레하나의 출발선은 언제나 회원 여러분, 시민 자신이 만드는 통일, 통일운동에 있음을 잊지 않으며 성찰하고 매진하겠습니다.
남북관계 돌파구는 어떻게 열릴까
이연희 사무총장
뜨거웠던 여름, 남북 통신 연락선이 깜작 연결되고 남북관계 복원에 걸었던 기대도 잠시, 하염없이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동안 중단됐던 남북 통신 연락선이 연결된 것은 정전 68년을 맞는 7월 27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복원된 지 단 2주만에, 연락선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대선 레이스가 이미 시작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년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한미일 외교안보 라인의 각종 협의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4일부터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회의에서도 인도적 지원이 핵심 의제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한 데다, 지난해 자연재해까지 더해 식량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바도 있으니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코로나 백신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백신 보급에 협력하고 있지만, 코백스의 백신 지원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20% 가량의 접종 목표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할 대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는 인도주의적일 수 있는 문제가 북한에게는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미, 남북관계가 모두 교착상태에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인도주의 문제가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북한이 감염병 문제를 미국에 의한 세균전의 일환으로 파악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으로써는 백신의 일부를 지원받는 방식보다는 쿠바처럼 자체 백신을 개발하거나 쿠바 등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7월, 유엔경제사회위원회에 보고한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VNR)에 비추어 보더라도 식량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위급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 자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북한이 이미 인도지원을 ‘비본질적 문제’로 공언한 마당에 인도지원 카드를 먼저 내미는 것은 실효적인 접근일 수 없습니다.
최근 IOC가 도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면서 북한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어게인 평창’을 만들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사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 ‘어게인 평창’은 그리 쉬운 관문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오는 2월인 베이징 올림픽까지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도 문제거니와, 한미군사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해 온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2,3월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정체된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바이든 정부 한반도 정책의 1차 목표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북한 리스크는 바이든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수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북정책의 진실은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자 ‘지연과 회피’ 전략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미일 관계를 축으로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은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 비추어 본다면 현실가능한 접근이 아닙니다.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접근 말고, 남북관계 개선을 초점에 둔 출발점을 새로 설정해야 합니다.
남북간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면 한반도의 운명은 주변 강대국들이 좌우하게 됩니다.
미중경쟁의 한복판에서 한미 군사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 질서에 깊숙이 편입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서로에 대한 ‘진정성’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8년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방역협력은 그해 12월 타미플루를 실은 트럭이 대북제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중단되었습니다. 만일 그때 남북간 방역협력이 시작되었다면 정부가 지금껏 주창해온 코로나 공동방역도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2019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아무런 조건없이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남측은 이에 상응하는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2018년 연내에 하기로 약속했던 종전선언도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남북의 약속을 지키는 일들을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과정이며, 또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지만 지난한 북미관계의 역사를 볼 때 비핵화를 입구로 놓는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합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고려해 대북제재를 뛰어 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2021년 하반기, 겨레하나는 지난 남북관계를 성찰하고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겨레하나의 출발선은 언제나 회원 여러분, 시민 자신이 만드는 통일, 통일운동에 있음을 잊지 않으며 성찰하고 매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