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와 역사정의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눈 깜짝할 새 올 해의 반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두 번의 선거를 치렀고, 동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으며, 경유와 더불어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전략경쟁기, 전환기, 신냉전…… 무엇이라 명명해도 아직은 명쾌하지 않은 세계사적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인상으로 우리 생활에 성큼 들어왔습니다.
변화가 이를 종착점이 어디일지는 변화를 주도하는 힘에서 나올 것입니다. 코로나, 기후위기, 그리고 미중, 미러 강대국 대결이 낳은 불확실성에 끌려가지 않는, 바람직한 변화를 주도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되어야 하는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물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던가요. 지금의 시대를 조선 말기, 혹은 구한말에 비유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서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가 파시즘을 치닫던 시기를 일컫습니다. 조선의 중심이던 청이 무너지고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쳐 일본이 동아시아 질서를 주름잡던 때, 무능했던 조선의 권력자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바쳤습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지정학’이 다시 부상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진 한반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질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탈냉전기 다른 전쟁들과는 구분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와 윤정부 한일관계 개선
최근 엄마부대로 잘 알려진 주옥순, 낙성대연구소 이우연 등이 독일의 베를린 미테구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며 출국했습니다. 도쿄를 방문한 숄츠 독일 총리에게 기시다 총리가 미테구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머라 표현할 수 없이 ‘치욕스럽고, 참담하다’는 현지 교민과 독일 시민들의 반응처럼 그냥 헤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몇몇 보수단체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장담해 왔습니다. 막상 기시다 정부는 ‘원칙대로’ 하자며 싸늘한 분위기입니다. 물밑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는 제 2의 ‘위안부 합의’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일본제철, 미쓰비시 등의 압류자산 매각을 막기 위해 윤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토정상회의, 한미일 군사협력 어디까지?
미국은 한일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끊임없이 주문해 왔습니다. 미국의 관심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한일간 원활한 군사협력의 걸림돌을 치우는 데 있습니다. 멀리 박정희 정부의 1965년 한일협정에서 시작해 2015년 위안부합의까지,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진 지금은 공공연히 한미일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2022.02.11)에서 특별히 언급되고 있는 ‘한미일 협력’은 기술, 공급망 등 경제 분야는 물론 군사안보 분야를 포괄합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대중국, 대북 봉쇄를 위한 틀을 짜겠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나토정상회의 초청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 새 전략개념에 중국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대서양 군사동맹에 중국까지 전략개념으로 넣겠다니, 이건 뭐 대놓고 싸움을 거는 형국입니다.
4년 9개월만에 열리게 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은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는 나토의 중심축에 한미일 군사협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일간 군사협력을 위해 대일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해제, 지소미아 정상화 맞바꾸는 일이 이제 곧 시작될 것입니다.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이대로 괜찮습니까
한국이 북대서양 군사동맹인 나토에 참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 때문에 이웃나라 중국과 싸워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본과도 관계도 그렇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군사협력이 과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은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포기한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일본은 이름만 자위대인 군대를 보유했고,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아예 평화헌법을 없애 버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대일 과거사 해결은 역사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전범국 일본이 다시는 군국주의 부활, 침략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식민지배를 인정도, 사죄도 하지 않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니. 신뢰할 수 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군사동맹 대신 평화협력,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이미 시작되고 있는 신냉전 속 세계는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윤 정부의 한미동맹 편향은 한반도를 냉전의 일방에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이 위기 끝에 군사적 충돌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당장 멈춰야 합니다. 줏대없이 끌려다니는 종속적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냉정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신냉전을 조장하는 편가르기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역사정의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일은 결국 미래를 저당잡히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장마가 끝나면 뜨겁게 달궈질 여름, 평화를 위해 뜨겁게 행동하고 연대하겠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와 역사정의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눈 깜짝할 새 올 해의 반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두 번의 선거를 치렀고, 동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으며, 경유와 더불어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전략경쟁기, 전환기, 신냉전…… 무엇이라 명명해도 아직은 명쾌하지 않은 세계사적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인상으로 우리 생활에 성큼 들어왔습니다.
변화가 이를 종착점이 어디일지는 변화를 주도하는 힘에서 나올 것입니다. 코로나, 기후위기, 그리고 미중, 미러 강대국 대결이 낳은 불확실성에 끌려가지 않는, 바람직한 변화를 주도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되어야 하는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물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던가요. 지금의 시대를 조선 말기, 혹은 구한말에 비유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서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가 파시즘을 치닫던 시기를 일컫습니다. 조선의 중심이던 청이 무너지고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쳐 일본이 동아시아 질서를 주름잡던 때, 무능했던 조선의 권력자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바쳤습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지정학’이 다시 부상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진 한반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질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탈냉전기 다른 전쟁들과는 구분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와 윤정부 한일관계 개선
최근 엄마부대로 잘 알려진 주옥순, 낙성대연구소 이우연 등이 독일의 베를린 미테구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며 출국했습니다. 도쿄를 방문한 숄츠 독일 총리에게 기시다 총리가 미테구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머라 표현할 수 없이 ‘치욕스럽고, 참담하다’는 현지 교민과 독일 시민들의 반응처럼 그냥 헤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몇몇 보수단체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장담해 왔습니다. 막상 기시다 정부는 ‘원칙대로’ 하자며 싸늘한 분위기입니다. 물밑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는 제 2의 ‘위안부 합의’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일본제철, 미쓰비시 등의 압류자산 매각을 막기 위해 윤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토정상회의, 한미일 군사협력 어디까지?
미국은 한일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끊임없이 주문해 왔습니다. 미국의 관심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한일간 원활한 군사협력의 걸림돌을 치우는 데 있습니다. 멀리 박정희 정부의 1965년 한일협정에서 시작해 2015년 위안부합의까지,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진 지금은 공공연히 한미일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2022.02.11)에서 특별히 언급되고 있는 ‘한미일 협력’은 기술, 공급망 등 경제 분야는 물론 군사안보 분야를 포괄합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대중국, 대북 봉쇄를 위한 틀을 짜겠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나토정상회의 초청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 새 전략개념에 중국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대서양 군사동맹에 중국까지 전략개념으로 넣겠다니, 이건 뭐 대놓고 싸움을 거는 형국입니다.
4년 9개월만에 열리게 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은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는 나토의 중심축에 한미일 군사협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일간 군사협력을 위해 대일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해제, 지소미아 정상화 맞바꾸는 일이 이제 곧 시작될 것입니다.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이대로 괜찮습니까
한국이 북대서양 군사동맹인 나토에 참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 때문에 이웃나라 중국과 싸워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본과도 관계도 그렇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군사협력이 과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은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포기한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일본은 이름만 자위대인 군대를 보유했고,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아예 평화헌법을 없애 버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대일 과거사 해결은 역사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전범국 일본이 다시는 군국주의 부활, 침략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식민지배를 인정도, 사죄도 하지 않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니. 신뢰할 수 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군사동맹 대신 평화협력,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이미 시작되고 있는 신냉전 속 세계는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윤 정부의 한미동맹 편향은 한반도를 냉전의 일방에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이 위기 끝에 군사적 충돌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당장 멈춰야 합니다. 줏대없이 끌려다니는 종속적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냉정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신냉전을 조장하는 편가르기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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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역사정의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일은 결국 미래를 저당잡히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장마가 끝나면 뜨겁게 달궈질 여름, 평화를 위해 뜨겁게 행동하고 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