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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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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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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서는 소학교 과정이 4년이기 때문에 남쪽보다 일찍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북녘 아이들이 11세부터 16세까지 보내게 되는 중학교 생활은 어떨까? 북녘의 한 중학생이 소개하는 중학교 생활을 들여다 보자.
안녕, 나는 평양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정현희라고 해. 올해 5학년이 됐고 나이는 열 다섯 살이야. 북쪽에서는 소학교가 4년이니까 남쪽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인가? 아무튼 반가워. 지금부터 나의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줄게. 좀 두서 없을 지도 모르지만 참고 들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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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교, 중학교 11년간 무상·의무교육 |
먼저 입학. 사실 대부분 한 동네에서 같이 소학교에 다니던 동무들이 그대로 중학교에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학년이 바뀌고 교실이 달라진다는 것 외에 별다른 차이는 없어. 입학시험도 없고. 1959년까지는 국어, 수학 등 필답고사로 치르는 입학시험이 있었다고 하는데 1959년 10월 26일 최고인민회의 제2기 6차 회의 결정에 따라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실시되면서 소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중학교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됐대.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시험을 쳐서 1등부터 45등까지 모아 최우등학급을 조직하는 학교도 있어. 우리 학교에서도 수학 시험을 다섯 번이나 쳐서 종합점수를 내서 최우등학급을 뽑았지. 나? 나는 평범한 학생이야. 몇 등 했는지는 제발! 묻지 말아 줘. 중학교에서 한 학급 학생 수는 보통 40~50명 정도야. 그렇지만 농촌에서는 학생들이 적어서 15~2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대. 우리 학급은 43명이야. 소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한 선생님이 6년 동안 계속 같은 학급을 담임하시지. 6년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되니까 서로에 대해 거의 가족처럼 알게 돼. 우리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정말 어머니처럼 대해 주셔서 학생들이 모두 좋아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 선생님이라는 것만 빼고. 등교 시간은 8시까지야. 시간 맞춰 학교에 가려면 7시에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해. 그리고 7시 30분까지 지정된 장소에 모였다가 함께 갈 학생들이 다 도착하면 대열을 지어 노래를 부르면서 학교까지 가지. 봄부터 가을까지는 상관없는데 겨울에 늦게 나오는 동무를 기다리다 보면 조금 화도 나. 학교 앞에 도착하면 교문에 서 있는 기찰대(규찰대)에게 복장 검사를 받아야 해. 그리고 운동장에서 사열식을 연습하고 제일 잘한 학급부터 교실에 들어가 독보회를 한 다음에 공부를 시작하는 거야. 독보회란 아침마다 신문 기사 같은 것을 한 학생이 대표로 5분 정도 읽어주는 것을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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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제1중학교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 수업 시간은 45분. 휴식시간은 10분이야. 휴식시간이 되면 화장실에 가는 동무들, 밖에 나가 노는 동무들까지 학급이 온통 난장판이 되곤 해. 수업은 하루 6시간이지. 선생님, 학급 반장과 함께 지각한 사람, 떠든 사람, 숙제 안한 사람 등을 총화하는 시간까지 끝내고 나면 보통 오후 2시에 수업이 끝나. 총화시간에 제일 많이 지적 당하거나 걸린 사람은 화장실 청소를 해야 돼. 남쪽 동무들도 그렇겠지만 이틀 걸러 한번 꼴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수다쟁이나 문제 학생들이 꼭 있지. 아, 화장실 얘기하다 말하기는 좀 미안하긴 하지만 점심은 대개 집에 가서 먹어. 집이 먼 경우에는 도시락을 싸오기도 해. 나도 집이 멀기도 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다 일을 하셔서 도시락을 싸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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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제1외국어, 컴퓨터 수업 강조 |
중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당 정책, 김일성 수령 혁명 활동, 혁명역사, 국어, 공산주의 도덕, 한문, 외국어, 조선역사, 세계사, 조선지리, 세계지리,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음악, 미술, 체육, 공작, 전자기계실습, 제도 등 23개 과목이야. 예전에는 외국어라고 하면 대부분 러시아어였다고 하는데 국제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1991년부터는 영어가 제1외국어로 되었지. 매주 세 시간씩 영어 수업이 있어. 영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단어가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일주일마다 보는 시험 시간이면 아주 머리가 다 아프다니까. 그리고 컴퓨터 교육도 많이 해. 학교에 있는 컴퓨터가 학생들이 다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되지 않기 때문에 종이에 자판을 그려서 연습하기도 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도 배워. 나는 솔직히 말해 공부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편은 아니야.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 암기는 질색이고. 그래도 학생들끼리 직접 토론과 논쟁을 하면서 이해해 나가도록 하는 교육 방식 덕분에 아주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담임선생님(수학 선생님)은 늘 답보다는 풀이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셔. 수학문제를 풀 때 공식을 외워서 그대로 푸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결과를 도출해 보도록 하는 태도를 강조하시는 거야. 그래서 숙제 검열도 학생들이 토론과 논쟁을 통해 스스로 하도록 하시곤 해. 수학시간이 되면 두세 명의 학생들이 흑판에 나가서 숙제를 발표하는 거야. 앉아있는 학생들은 이 학생들이 문제 푸는 것을 지켜보면서 반론을 준비하고. 호명된 학생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 낸 학생이 있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문제풀이 방법을 설명하고 다른 학생들의 결과 도출 방법을 평가하는 거야.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수학이 처음만큼 무섭지는 않아. 조금씩 재미를 붙이게 되는 것 같고.
또 학교마다 물리실험실과 화학실험실을 잘 꾸려놓고 이를 이용해 수업하지. 물리 실험실에서는 각종 전기현상과 물리현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전기기구와 장치를 학생들이 손수 만들고 조작해 보게 해.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배운 지식들을 익히게 되는 거야. 우리 학교에서는 직접 라디오를 만들어 선생님께 선물한 학생들도 있었어. 새로운 전기제품이나 기계, 기구를 만들어 보는 실험도 하고. 화학 실험실도 여러 가지 화학적인 현상들과 법칙들을 직접 확인하고 경험해 보는 실험들이 많지. 화학 소조 동무들이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한 건지 가끔 학교 전체에 이상한 냄새가 나서 고생할 때도 종종 있지만. 공부 얘기를 하다 보면 시험 얘기를 안 할 수 없지. 아, 월간시험, 주간시험에 학기말시험까지 일년 내내 계속되는 지겨운 시험. 시험은 필답시험도 있고 구술시험도 있어. 소학교에서는 학기말이나 학년말 시험이 없었는데 중학교에 오니까 학기말 시험이 있더라고. 그렇지만 학생들의 실력을 시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원칙에 따라 시험 부담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야. 학기말 시험 때도 모든 과목 시험을 다 보는 것은 아니고. 매 학기 시험을 보는 과목에는 수학 등 8과목이 있고 6년 동안 한학기만 시험을 보는 과목은 2과목,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과목은 체육 등 14과목이야. 또 점수는 1점에서 5점까지 5단계로 평가하는데 성적을 공개하기는 하지만 개인의 상대적인 평가는 없어. 학교와 학교, 학급과 학급간의 전체 성적이 얼마이며 최우등생이 몇 명인지 하는 집단의 전체 성적을 더 중요하게 여기거든. 물론 학급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한두 명은 학년말에 학교장 표창장을 받아. 시험 공부 방법도 아마 남쪽하고는 다를 거야. 우리는 학기말 시험을 비롯해서 각종 시험에 대비한 문제집을 선생님들이 미리 작성해서 나눠줘. 보통 과목당 적게는 50개, 많게는 150개의 질문들이 있어. 그러면 우리는 이 문제집을 놓고 거기에 가장 정확한 답안집을 마련해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를 하는 거야. 혼자서 문제와 답을 익히는 학생들도 있지만 문답식 학습방법이 훨씬 효과적이야. 그래서 학기말 시험이 다가오면 학급에서 가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먼저 답안집을 작성하면 이것을 다른 학생들이 베껴 같은 책상에 앉은 동무끼리 한 사람이 질문하면 다른 사람이 대답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는 거지. 참, 남쪽에도 영재학교가 있겠지? 우리도 영재학교가 있어. 보통 이런 학교를 제1중학교라고 불러. 1986년에 `수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교를 세울 데 대한` 교시가 내려진 이후 제1중학교들이 건립되기 시작했대. 1984년에 처음으로 평양제1중학교가 생겼고 1995년에는 도 소재지에, 1990년대 후반부터는 시(구역)·군까지 확대됐대. 지금은 각 도에 하나씩 있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