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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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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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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유치원 높은 반부터 시작되는 11년의 의무교육은 모두 끝나게 됩니다. 소학교가 4년이니까 북녘의 청년들은 남쪽보다 2년 일찍 대학이나 군대, 직장 등 사회생활에 뛰어들지요. 그 중 북녘의 대학생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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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도 상당히 많은 대학이 있습니다. 1993년 현재 약 290여 개의 대학이 각 지역에 설립되어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고려성균관 등 종합대학이 세 곳 있고, 각 도마다 이공대학, 공산대학, 사범대학, 교원대학, 의학대학, 공장대학, 농장대학, 어장대학, 방송대학 등 다양한 형태의 대학들이 있습니다. 또 특정지역의 특수대학으로 임업대학, 광산금속대학, 석탄공업대학, 수산대학, 해운대학, 평양기계대학, 평양건설건재대학, 평양철도대학, 한덕수경공업대학, 장철구상업대학, 평양외국어대학 등이 있죠. 학제는 학교나 학부의 성격에 따라 교육기간이 달라집니다. 교원대학과 전문대학은 3년제,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은 학부에 따라 4~6년제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인문과학부는 4년, 사회과학부는 5년, 자연과학부는 6년제로 예비과 1년, 일반기초 3년, 전공기초 1년, 전공 및 졸업논문 1년 6개월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최근 자연과학부의 졸업 연한이 1~2년 짧아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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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시험 성적 좋아야 대학 입학시험 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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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직사범대학, 김책공업대학생들이 대동강 고수부지에 함께 들놀이를 나왔다. | 남쪽 고등학생들의 생활은 오로지 대학 입학을 목표로 짜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학 입학시험에 대한 부담이 크지요. 북쪽에서도 대학 입학은 남쪽만큼이나 어렵답니다. 남쪽의 `고3병`만큼 입시스트레스도 심하고 일부 중학교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등을 목표로 하는 입시반을 따로 편성하기도 한답니다. 자 그럼 북의 대학 입학 과정에 대해 알아볼까요. 과거에는 대학진학이 추천 방식이었지만 주민들 불만도 생기고 우수한 학생들이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남쪽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일종의 국가고사제가 도입됐습니다. `대학추천을 위한 예비시험` 제도는 1991년 공식 채택되었으며 당해 연도 중학교 졸업생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대학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줍니다. 나머지 추천 받지 못한 학생들은 중학교 졸업 후 군대에 가거나 직장생활을 하게 됩니다. 예비시험은 보통 10월 말 전국적으로 실시되는데요, 과목은 혁명력사, 문학, 수학, 화학, 물리, 영어 등 6개 과목입니다. 시험은 이틀 동안 오전에만 치러지며 하루에 과목당 45분씩 3개 과목을 시험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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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전경 | 예비시험이 끝나면 내각 교육성은 도별로 각 대학·전문학교 등에 본시험을 위한 수험생 수를 정해주고 시·군 인민위원회의 대학모집과는 도에서 할당한 인원수를 바탕으로 예비시험에 합격한 학생 개개인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증(수험통지서)을 발급해 줍니다. 보통 성적순에 따라 입시를 치를 대학이 지정되지요. 평양연극영화대학·평양음악무용대학·조선체육대학·평양외국어대학 등의 특기생은 입학·직장 배치 등을 관장하는 각 대학 간부과 직원이나 교수들이 각 중학교에 나가 시험·면접 등의 방법으로 선발합니다. 예비시험을 통해 대학 추천을 받는 학생은 전체 중학교 졸업생의 약 20% 정도이며 이 중 시험에 합격해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평균 10% 수준입니다. 보통 이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직통생`이라 부르죠. 각 대학별로 직통생은 남학생의 경우 전체의 30% 정도라고 합니다. 그 외에 군대나 기업소에서 추천을 받은 `사회인`도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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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막기 위해 보안 유지 철저한 채점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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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강좌 모습 | 입학시험 통지서를 받은 학생은 이듬해 1월 해당 학교에 가서 접수를 마치고 기숙사에서 며칠간 머무르면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시험은 신체검사, 100m 달리기, 1500m 달리기(여자 800m 달리기), 현수(팔굽혀펴기) 등 체육시험과 필답시험, 그리고 개별 및 집체 담화(면담)로 이루어집니다. 필답시험 과목은 예비시험과 마찬가지로 수학, 물리, 화학, 영어, 문학 및 혁명력사 등 6과목입니다. 문제는 교육성에서 출제하는데 출제위원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입시 4~5일 전부터 일정 장소에 모여 숙식하며 문제를 출제하고 밤새워 이를 인쇄해 각 대학에 보냅니다. 이런 모습은 남쪽과 다를 게 없지요. 필기시험은 하루 두 과목씩 사흘간 치르는데 혁명력사·문학·영어는 3문제, 화학·물리는 각각 이론 2문제와 문제풀이 1문제, 수학은 3~5문제 등입니다. 문제는 모두 주관식이고 점수는 과목당 5점 만점입니다. 채점도 아주 엄격하게 이뤄지는데요, 비리를 막기 위해 시험이 끝나는 즉시 대학별로 시험지를 교환해 채점한다고 합니다. 채점 후에는 다시 해당 대학에서 시험 답안을 자체 검토한 뒤 최종 점수를 내 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또 시험지 맨 위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쓰고, 그 아래 부분을 묶어 교수들의 자의적 채점을 방지하며 시험을 마친 당일 채점을 끝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채점하는 동안 그 방에는 어느 누구도 출입할 수 없으며 채점자들은 화장실 이용까지 제한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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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컴퓨터기술대학의 실습현장 | 시험에서 떨어지면 남학생은 군대에 가고 여학생은 직장에 배치되기 때문에 남쪽과 달리 재수생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군대나 직장에 배치됐다가 `사회인`으로 추천을 받아 다시 대학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북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 성품이나 소질 등도 중시됩니다. 일종의 특례입학인 셈이죠. 또 학교별 성적차를 인정하는 이른바 `등급제`가 실시되며 지역별 학력차도 감안해 합격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합니다. 즉 평양시와 지방간 학력차를 인정, 평양시 출신 학생들의 성적기준은 높이고 기타 지방도시 학생들의 입학성적 기준은 낮춰 지방 학생들의 입학기회를 늘려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직통생과 군인 및 노동 청년들의 입학기준도 차별화해 직통생의 기준점수가 가장 높고 노동청년보다는 군인의 기준점수를 낮게 해 상대적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8~10년 정도의 군사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는 제대군인들의 경우 그동안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이렇게 본고사에 합격해 입학추천서를 받은 학생이 대학에 가서 자신이 희망하는 학부나 학과에 등록을 하면 대학입학의 전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참고로 대학에 등록금은 없습니다. 또 모든 대학생들에게 김일성장학금, 사로청장학금, 무의탁장학금, 국가장학금, 특수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이 지급되어 기숙사 생활비나 최소한의 일용필수품 구입도 이 장학금으로 충당됩니다. 기타 다른 학용품과 참고도서 구입비만 학생들 각자가 내면 되는 것이지요. 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평양이과대학, 공과부문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어학계통은 평양외국어대학입니다. 경쟁률도 매우 높아서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때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어대학의 입시경쟁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