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무엇이 문제인가 : 현황과 전망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지난 9월 30일, 10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훈련을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추진항공모함이 한반도 인근 수역에 전개되었고,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이 참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훈련과 관련하여, “불이 나면 불을 끄기 위해 이웃이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특히 한일간 군사협력은 그동안 가능하지 않았고, 또 금기시되어온 것으로 과거 어떤 정부도 이렇게 대놓고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한 사례는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겁도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5월, 나토정상회의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미 바이든이 ‘3국 동맹(trilateral alliance)’이라는 표현을 써 주목을 끌었습니다. 일본과의 군사동맹!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바이든이 속내를 드러낸 것처럼 미국은 오랫동안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해 왔습니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3국의 군사 협력은 어떻게 진행될지 진단해 봅니다.
1.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추진 과정
1) 한미일 군사협력의 시작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7년 군 인사교류로 시작된 한일군사협력은 1999년 이후에는 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SAREX)을 격년제로 실시하는 것으로 현실화됐습니다. 이 전까지 공식적인 한일군사협력이라는 것은 그것이 인도적인 것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영역이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후 일본문화가 개방되는 등 한일간 화해무드 속에 제한적인 군사협력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다국적 군사훈련에 함께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RIMPAC : Rim Of The Pacific Exercise)에 한국의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각각 참가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은 1980년부터 참여했고, 한국은 1990년부터 정식 참가국이 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공동훈련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한일군사협력을 본격적으로 모색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입니다. 2010년과 2012년, 이명박 정부시기 최초로 한국군 주도 훈련에 일본 해상 자위대가 참가해 논란이 됐는데,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 ACSA)’을 추진하다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되자 미국은 이를 대신해 2014년 ‘한미-미일간 정보공유약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TISA)’을 체결하고 정보 교환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이 한창이던 때 날치기하듯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 한미일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신 미일방위협력지침과 세계로 확장된 미일동맹
수색, 인명구조 등에 국한됐던 한미일 연합훈련은, 2015년을 기점으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2015년 4월 27일, 미일 양국이 합의한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신미일가이드라인)’의 개정이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미일 간의 안보협력 관계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1978년에 마련되고, 1997년에 개정된 기존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신미방위협력지침은 첫째, 이른바 ‘전수방위’ 즉 일본을 방위하는데 국한됐던 미일동맹을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둘째, 안보협력 범위도 ‘동맹이 공격받는 상황’으로 확장함으로써 군대도 아닌 자위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세계 어디에서든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셋째, 양자 간 평시 안보협력의 범주에, 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공중방어와 해상안보까지 포함 시키게 됩니다.
당시 양국은 협정 개정의 이유로 ‘변화된 안보환경’을 꼽았는데,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중일 양국의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 가능성과 이에 대비한 ‘도서(섬)방위’를 적시함으로써, 변화된 안보환경이 대중국 견제를 의미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미일동맹을 통해 현실화된 것입니다. 이처럼 미일동맹이 본격적으로 대중국견제에 나선 가운데 시작된 것이 한미일 미사일 탐지·추적(경보) 훈련입니다.
한미일 MD공조의 시작
한미일 미사일 탐지·추척 훈련은 2016년 6월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화성-10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사일 방어(MD) 공조체제 강화를 명분으로,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으로 명명된 미사일 경보훈련(Missile Warning Exercise)을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가상의 표적을 한미일의 이지스 구축함이 탐지·추적하고 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각국의 이지스함이 탐지한 정보는 하와이에 있는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공유되었는데, 이는 2014년 한미일 3국이 체결한 정보공유 약정(TISA)에 따라 구축된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공유했지만, 이 훈련은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 첫 훈련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MD 체계에 편입되는 것과 무관하다며 일축했지만, 이 훈련은 한미일 3국의 MD 공조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3국이 해상 MD체계 공조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상에서 3국의 정보 공유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오산기지에서는 우리 군 연동통제소(KICC)와 미군 연동통제소(JICC)를 데이터 공유체계인 '링크-16'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병행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연동통제소는 주일미군의 데이터와 공유되고, 주일미군의 데이터는 일본 자위대의 데이터와 연동됩니다.
한미일 3국은 첫 연합훈련 이후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고 2016년에 2회, 2017년에는 4회 등 6차례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꾸준히 실시되었으나, 당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북, 북미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중에도 하와이 같은 먼 바다가 아니라 한일 해역에서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일 연합훈련의 확대 : MD공조에서 대잠수함훈련으로
2016년 8월 24일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1의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한미일 3국은 동해상에서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연합 대잠수함훈련 실시에 합의합니다.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P-3C 해상초계기(100대)를 보유하고 있는 등 세계 정상급 대잠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도 동북아 지역의 대잠 작전은 일본에 의지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의 해상자위대의 연합 대잠훈련 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대잠훈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3일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습니다. 훈련은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제주 남방 한일 중간수역의 공해상에서 가상의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공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2017년 10월 한미일 국방장관이 필리핀에서 개최된 ‘제9차 연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동 언론보도문 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대잠훈련은 중단되었고, 미사일 경보훈련은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왔습니다.
2) 2022년 한미일 군사훈련, 군사협력의 본격화
대놓고 동해상에 진입한 미 전략자산과 일본 해상자위대
2022년 9월 30일,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실시되는 한미일 3국의 대잠수함 훈련이 5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훈련은 2022년 9월 30일 동해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되었는데, 훈련 장소가 독도가 불과 150여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항모강습단과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축함이 참가했습니다. 대잠훈련은 미 제 5항모강습단장 지휘 하에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을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으로 가정하고 각국 전력이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면서 관련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상호운용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간 민감한 지역인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더구나 여기에 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이 대거 투입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동해를 선뜻 열어준 것도 놀랍지만, 북한과 중국의 대응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략자산까지 대거 동원함으로써, 한미일 군사협력을 대놓고 과시한 훈련이었습니다.
미일-한미동맹의 상호운용성 강화
2022년 10월 6일에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이 진행되었습니다.
한미일 대잠 훈련 종료 후 일본해로 이동하던 항모강습단은, 10월 4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4천 500km를 비행시키자 이튿날인 5일 전격적으로 회항하여 다시 동해로 진입했습니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미 항공강습단 예하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이 훈련에 참가했고,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 구축함 초카이함을 파견했습니다.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하고 미 핵추진 항공모함을 포함한 각국의 이지스함들이 표적정보 공유를 통해 탐지·추적·요격 절차에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연달아 진행된 이번 훈련은 한미일 3국이 합의했던 정례적인 훈련이 아닌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무력시위였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비상상황에서 3국의 전력이 긴급한 해상 연합작전 수행했다는 점에서 상호운용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훈련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미국이 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듭 요구해온 가운데 2주 연속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빠르게 본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훈련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2.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의 문제점
1)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이대로 길 터주나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은 헌법 제9조에 따라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국가 교전권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일본의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며, 내각 방위성 소속의 준군사조직입니다.
2014년 당시 아베정부는 헌법 해석에 대한 개헌, 즉 현행 평화헌법 하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의 변경을 단행합니다. 군대를 보유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일본의 야망과 자위대의 작전범위 확대를 끊임없이 주문해 온 미국의 요구가 만난 결과입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채 미일동맹으로부터 소위 ‘아시아의 리더’로써 지위를 다시 부여받았고, 그 지위가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게 되자 집요하게 평화헌법 개헌과 군사대국의 길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6년 아베가 처음 인도·태평양 구상을 제시한 것도 중국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이 되었으며, 자위대는 미일동맹을 등에 업고 활동반경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일동맹의 전략목표는 중국이며 인도·태평양지역입니다. 과거 대동아 공영권을 꿈꿨던 일본에게 한반도는 대륙으로 가는 발판이자 길목이었습니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에게 길을 열어주는 일이 바로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2) 미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
한미일 군사협력을 막아야 전쟁을 막는다
미국은 세계적인 군사강국이자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군사적 역량을 인도·태평양전략, 나아가 세계 전략에 활용하기를 원합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미국 서부해안에서 인도 서부해안 사이의 범위 내에 위치한 동맹들, 즉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한미동맹, 미-호주 동맹, 미-필리핀 동맹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입니다. 지난 10월 한국의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미-필리핀 상륙훈련에 참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미일동맹이 인도·태평양전략, 즉 대중국 포위를 전략목표로 삼았고,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한미동맹의 인도·태평양전략 동참을 본격적으로 압박해 왔습니다. 2021년 5월 ‘바이든-문재인’의 첫 정상회담과 2022년 5월 ‘바이든-윤석열’의 정상회담 보도문에는 ‘대만해협의 안정’이 언급됐고, 변경되는 한미 작전계획에 대북만이 아니라 대중국 개념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원하는 이유는 미일-한미동맹의 수직적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주일미군과 미일동맹,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한 몸 같이 움직이는 것은, 단일전장인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수행에 있어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주일미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범세계적 군사전략을 구현하는 핵심 전력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해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미국은 일본을 미군의 아시아 전략기지로 육성해 왔습니다. 탈냉전기 해외주둔미군 재편계획(GPR)에 따라 미군을 감축, 재배치하는 과정에서도, 주일미군은 5만 5천여명으로 오히려 증강됐습니다.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될 때도 일본을 경유해야 합니다. 한미 연합작전은 미일동맹과 자위대의 후방지원이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최전방에 배치된 전방전개 전력입니다. 이러한 특성상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 미국이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에서 확인됩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사령관은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역외(한반도 밖) 우발 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라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우발 계획과 작전 계획에 주한미군의 능력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지만 일본과 한국의 특수한 관계가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신냉전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어떤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3)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과 굴욕외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주저없이 한미일 3각 공조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의 군사안보전략과 일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미일 군사협력은 2015년부터 꾸준히 추진되어왔지만, 이후 큰 진전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었던 김태효(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가 비밀리에 ‘한일 정보공유협정’과 ‘한일 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이나, 문재인 정부가 최대한 톤을 낮춰 한미일 군사협력 문제를 관리한 것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적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3국 군사훈련을 제안했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 들어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국은 ‘한·미·일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 정례화’를 공식 발표합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한 핵심 현안에 대해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 협의, 연합 훈련을 포함해 3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한미일 군사훈련의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10월에 진행된 두 번의 훈련은 이 같은 합의의 결과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장담하며 나선 것은 아무래도 한일과거사 문제와 악화된 한일관계가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과 기시다의 지지율이 급락한데다, 일본이 전혀 양보하지 않자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없이 우선 한미일 군사협력부터 본격화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부담은 남아 있습니다. 윤석열의 굴욕외교는 대일과거사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역사를 왜곡할 뿐 아니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규탄 받아 마땅합니다.
4)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속 대중국 전진기지 되는 한반도
한반도에 미국의 각종 전략자산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해상에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한반도 상공에는 핵 투하가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들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지상에는 사드 포대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돌아가고 있고, 북한에 핵폭격을 하기 위한 전략폭격기가 괌으로 전진 배치되었습니다. 일본은 2023년 방위비를 역대 최고로 끌어 올리며, 이른바 적기지 공격능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맞추어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이 코앞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자 중국도 군사 훈련을 통한 대응에 나섰고,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서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기간인 9월 25일부터 10월 2일에는 보하이 해협 황해(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임무를 실행했습니다. 공개된 군사임무 지역은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랴오둥 반도의 다롄항과 산둥 반도의 옌타이항 사이 해역이었습니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실시되는 동해상으로는 정보함을 파견했고, 일본의 해상 자위대가 이를 탐지하고 추적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한미가 진행한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이 종료되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국적 군사 훈련 ‘동방-2022’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러시아가 주최하는 단일 훈련에 중국이 대규모 육해공군 병력을 동시에 파견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추진되는데 따라 북중러 간의 결속도 강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한국을 대결의 일방에 세움으로써 한미일 vs 북중러의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점차 막을 내리고 다극체제로 가고 있는 세계에서 한미동맹과 미국에 의존해 신냉전에 최전방을 자처하는 일이 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3. 한미일 군사협력은 계속 된다
10월 두 차례의 훈련으로 본격화된 한미일 군사협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선, 한미일 연합훈련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 공식비공식으로 훈련을 종용해 온 이유는 앞서 지적했듯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보려 하겠지만 미국과 일본은 한번 시작된 훈련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입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재개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은 이미 여러 건의 군사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부터 실시해온 한미일 연합훈련을 통해 현재도 한일 양국 간의 군사 정보는 공유되고 있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개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국가 간 체결되는 협정이 부여하는 ‘상징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양국이 공유하게 될 정보는 ‘2급 비밀’을 포함하고 있으며, 유사시 한미가 수행할 작계 5015까지 해당됩니다. 한국이 일본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지만, 일본이 이 협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차고도 넘칩니다.
지난 10월 4일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과 안보 분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싶다"는 의견을 비쳤고, 이는 2019년 종료 유예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복원할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음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입니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유사시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출동하게 되면 일본은 도로와 항구, 비행장 등 지자체와 민간의 시설과 인력을 동원해 '후방지원'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유사시 한국군 전시 작전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하에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원활한 전쟁 수행을 위해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은 필수입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양국 사이 군사 물자는 물론 무기까지 교환이 가능해집니다.
윤석열 정부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012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추진했던 당사자로,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과 교전권 부여의 정당성까지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과거 논문에서 김태효는 한일 양국이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되어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 정부 외교안보 실세로 꼽히는 고위 공직자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안보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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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연합훈련 반드시 막아야
한미일 연합훈련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독도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 위협 비행을 했던 초유의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자위대를 한반도로 끌어들이는데 급급합니다.
한미동맹 밖에 모르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한반도는 신냉전의 한복판에 성큼 들어서게 됐습니다. 과거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강대국 각축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이 어떤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미중간 대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대만과 대만해협이지만 정작 한반도가 직면한 위험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의 충돌이 끝을 의미한다면, 한반도는 남북 분단체제와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구도로 인해 다양한 파장과 심지어 무력충돌까지 몰아칠 수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앞으로 더욱 밀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더 가까워 질수록 전쟁과 충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석]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무엇이 문제인가 : 현황과 전망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지난 9월 30일, 10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훈련을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추진항공모함이 한반도 인근 수역에 전개되었고,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이 참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훈련과 관련하여, “불이 나면 불을 끄기 위해 이웃이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특히 한일간 군사협력은 그동안 가능하지 않았고, 또 금기시되어온 것으로 과거 어떤 정부도 이렇게 대놓고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한 사례는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겁도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5월, 나토정상회의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미 바이든이 ‘3국 동맹(trilateral alliance)’이라는 표현을 써 주목을 끌었습니다. 일본과의 군사동맹!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바이든이 속내를 드러낸 것처럼 미국은 오랫동안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해 왔습니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3국의 군사 협력은 어떻게 진행될지 진단해 봅니다.
1.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추진 과정
1) 한미일 군사협력의 시작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7년 군 인사교류로 시작된 한일군사협력은 1999년 이후에는 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SAREX)을 격년제로 실시하는 것으로 현실화됐습니다. 이 전까지 공식적인 한일군사협력이라는 것은 그것이 인도적인 것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영역이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후 일본문화가 개방되는 등 한일간 화해무드 속에 제한적인 군사협력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다국적 군사훈련에 함께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RIMPAC : Rim Of The Pacific Exercise)에 한국의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각각 참가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은 1980년부터 참여했고, 한국은 1990년부터 정식 참가국이 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공동훈련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한일군사협력을 본격적으로 모색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입니다. 2010년과 2012년, 이명박 정부시기 최초로 한국군 주도 훈련에 일본 해상 자위대가 참가해 논란이 됐는데,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 ACSA)’을 추진하다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되자 미국은 이를 대신해 2014년 ‘한미-미일간 정보공유약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TISA)’을 체결하고 정보 교환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이 한창이던 때 날치기하듯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 한미일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신 미일방위협력지침과 세계로 확장된 미일동맹
수색, 인명구조 등에 국한됐던 한미일 연합훈련은, 2015년을 기점으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2015년 4월 27일, 미일 양국이 합의한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신미일가이드라인)’의 개정이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미일 간의 안보협력 관계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1978년에 마련되고, 1997년에 개정된 기존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신미방위협력지침은 첫째, 이른바 ‘전수방위’ 즉 일본을 방위하는데 국한됐던 미일동맹을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둘째, 안보협력 범위도 ‘동맹이 공격받는 상황’으로 확장함으로써 군대도 아닌 자위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세계 어디에서든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셋째, 양자 간 평시 안보협력의 범주에, 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공중방어와 해상안보까지 포함 시키게 됩니다.
당시 양국은 협정 개정의 이유로 ‘변화된 안보환경’을 꼽았는데,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중일 양국의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 가능성과 이에 대비한 ‘도서(섬)방위’를 적시함으로써, 변화된 안보환경이 대중국 견제를 의미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미일동맹을 통해 현실화된 것입니다. 이처럼 미일동맹이 본격적으로 대중국견제에 나선 가운데 시작된 것이 한미일 미사일 탐지·추적(경보) 훈련입니다.
한미일 MD공조의 시작
한미일 미사일 탐지·추척 훈련은 2016년 6월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화성-10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사일 방어(MD) 공조체제 강화를 명분으로,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으로 명명된 미사일 경보훈련(Missile Warning Exercise)을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가상의 표적을 한미일의 이지스 구축함이 탐지·추적하고 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각국의 이지스함이 탐지한 정보는 하와이에 있는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공유되었는데, 이는 2014년 한미일 3국이 체결한 정보공유 약정(TISA)에 따라 구축된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공유했지만, 이 훈련은 미군의 육상 중계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 첫 훈련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MD 체계에 편입되는 것과 무관하다며 일축했지만, 이 훈련은 한미일 3국의 MD 공조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3국이 해상 MD체계 공조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상에서 3국의 정보 공유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오산기지에서는 우리 군 연동통제소(KICC)와 미군 연동통제소(JICC)를 데이터 공유체계인 '링크-16'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병행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연동통제소는 주일미군의 데이터와 공유되고, 주일미군의 데이터는 일본 자위대의 데이터와 연동됩니다.
한미일 3국은 첫 연합훈련 이후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고 2016년에 2회, 2017년에는 4회 등 6차례 실시했습니다. 이 훈련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꾸준히 실시되었으나, 당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북, 북미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중에도 하와이 같은 먼 바다가 아니라 한일 해역에서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일 연합훈련의 확대 : MD공조에서 대잠수함훈련으로
2016년 8월 24일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1의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한미일 3국은 동해상에서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연합 대잠수함훈련 실시에 합의합니다.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P-3C 해상초계기(100대)를 보유하고 있는 등 세계 정상급 대잠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도 동북아 지역의 대잠 작전은 일본에 의지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의 해상자위대의 연합 대잠훈련 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대잠훈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3일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습니다. 훈련은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제주 남방 한일 중간수역의 공해상에서 가상의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공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2017년 10월 한미일 국방장관이 필리핀에서 개최된 ‘제9차 연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동 언론보도문 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대잠훈련은 중단되었고, 미사일 경보훈련은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왔습니다.
2) 2022년 한미일 군사훈련, 군사협력의 본격화
대놓고 동해상에 진입한 미 전략자산과 일본 해상자위대
2022년 9월 30일,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실시되는 한미일 3국의 대잠수함 훈련이 5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훈련은 2022년 9월 30일 동해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되었는데, 훈련 장소가 독도가 불과 150여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항모강습단과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축함이 참가했습니다. 대잠훈련은 미 제 5항모강습단장 지휘 하에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을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으로 가정하고 각국 전력이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면서 관련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상호운용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간 민감한 지역인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더구나 여기에 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이 대거 투입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동해를 선뜻 열어준 것도 놀랍지만, 북한과 중국의 대응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략자산까지 대거 동원함으로써, 한미일 군사협력을 대놓고 과시한 훈련이었습니다.
미일-한미동맹의 상호운용성 강화
2022년 10월 6일에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이 진행되었습니다.
한미일 대잠 훈련 종료 후 일본해로 이동하던 항모강습단은, 10월 4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4천 500km를 비행시키자 이튿날인 5일 전격적으로 회항하여 다시 동해로 진입했습니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미 항공강습단 예하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이 훈련에 참가했고,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 구축함 초카이함을 파견했습니다.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하고 미 핵추진 항공모함을 포함한 각국의 이지스함들이 표적정보 공유를 통해 탐지·추적·요격 절차에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연달아 진행된 이번 훈련은 한미일 3국이 합의했던 정례적인 훈련이 아닌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무력시위였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비상상황에서 3국의 전력이 긴급한 해상 연합작전 수행했다는 점에서 상호운용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훈련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미국이 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듭 요구해온 가운데 2주 연속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빠르게 본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훈련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2.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의 문제점
1)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이대로 길 터주나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은 헌법 제9조에 따라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국가 교전권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일본의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며, 내각 방위성 소속의 준군사조직입니다.
2014년 당시 아베정부는 헌법 해석에 대한 개헌, 즉 현행 평화헌법 하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의 변경을 단행합니다. 군대를 보유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일본의 야망과 자위대의 작전범위 확대를 끊임없이 주문해 온 미국의 요구가 만난 결과입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채 미일동맹으로부터 소위 ‘아시아의 리더’로써 지위를 다시 부여받았고, 그 지위가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게 되자 집요하게 평화헌법 개헌과 군사대국의 길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6년 아베가 처음 인도·태평양 구상을 제시한 것도 중국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이 되었으며, 자위대는 미일동맹을 등에 업고 활동반경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일동맹의 전략목표는 중국이며 인도·태평양지역입니다. 과거 대동아 공영권을 꿈꿨던 일본에게 한반도는 대륙으로 가는 발판이자 길목이었습니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에게 길을 열어주는 일이 바로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2) 미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
한미일 군사협력을 막아야 전쟁을 막는다
미국은 세계적인 군사강국이자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군사적 역량을 인도·태평양전략, 나아가 세계 전략에 활용하기를 원합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미국 서부해안에서 인도 서부해안 사이의 범위 내에 위치한 동맹들, 즉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한미동맹, 미-호주 동맹, 미-필리핀 동맹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입니다. 지난 10월 한국의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미-필리핀 상륙훈련에 참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미일동맹이 인도·태평양전략, 즉 대중국 포위를 전략목표로 삼았고,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한미동맹의 인도·태평양전략 동참을 본격적으로 압박해 왔습니다. 2021년 5월 ‘바이든-문재인’의 첫 정상회담과 2022년 5월 ‘바이든-윤석열’의 정상회담 보도문에는 ‘대만해협의 안정’이 언급됐고, 변경되는 한미 작전계획에 대북만이 아니라 대중국 개념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원하는 이유는 미일-한미동맹의 수직적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주일미군과 미일동맹,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한 몸 같이 움직이는 것은, 단일전장인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수행에 있어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주일미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범세계적 군사전략을 구현하는 핵심 전력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해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미국은 일본을 미군의 아시아 전략기지로 육성해 왔습니다. 탈냉전기 해외주둔미군 재편계획(GPR)에 따라 미군을 감축, 재배치하는 과정에서도, 주일미군은 5만 5천여명으로 오히려 증강됐습니다.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될 때도 일본을 경유해야 합니다. 한미 연합작전은 미일동맹과 자위대의 후방지원이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최전방에 배치된 전방전개 전력입니다. 이러한 특성상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 미국이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에서 확인됩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사령관은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역외(한반도 밖) 우발 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라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우발 계획과 작전 계획에 주한미군의 능력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지만 일본과 한국의 특수한 관계가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신냉전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어떤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3)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과 굴욕외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주저없이 한미일 3각 공조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의 군사안보전략과 일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미일 군사협력은 2015년부터 꾸준히 추진되어왔지만, 이후 큰 진전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었던 김태효(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가 비밀리에 ‘한일 정보공유협정’과 ‘한일 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이나, 문재인 정부가 최대한 톤을 낮춰 한미일 군사협력 문제를 관리한 것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적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3국 군사훈련을 제안했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 들어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국은 ‘한·미·일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 정례화’를 공식 발표합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한 핵심 현안에 대해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 협의, 연합 훈련을 포함해 3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한미일 군사훈련의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10월에 진행된 두 번의 훈련은 이 같은 합의의 결과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장담하며 나선 것은 아무래도 한일과거사 문제와 악화된 한일관계가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과 기시다의 지지율이 급락한데다, 일본이 전혀 양보하지 않자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없이 우선 한미일 군사협력부터 본격화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부담은 남아 있습니다. 윤석열의 굴욕외교는 대일과거사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역사를 왜곡할 뿐 아니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규탄 받아 마땅합니다.
4)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속 대중국 전진기지 되는 한반도
한반도에 미국의 각종 전략자산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해상에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한반도 상공에는 핵 투하가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들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지상에는 사드 포대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돌아가고 있고, 북한에 핵폭격을 하기 위한 전략폭격기가 괌으로 전진 배치되었습니다. 일본은 2023년 방위비를 역대 최고로 끌어 올리며, 이른바 적기지 공격능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맞추어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이 코앞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자 중국도 군사 훈련을 통한 대응에 나섰고,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서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기간인 9월 25일부터 10월 2일에는 보하이 해협 황해(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임무를 실행했습니다. 공개된 군사임무 지역은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랴오둥 반도의 다롄항과 산둥 반도의 옌타이항 사이 해역이었습니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실시되는 동해상으로는 정보함을 파견했고, 일본의 해상 자위대가 이를 탐지하고 추적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한미가 진행한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이 종료되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국적 군사 훈련 ‘동방-2022’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러시아가 주최하는 단일 훈련에 중국이 대규모 육해공군 병력을 동시에 파견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추진되는데 따라 북중러 간의 결속도 강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한국을 대결의 일방에 세움으로써 한미일 vs 북중러의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점차 막을 내리고 다극체제로 가고 있는 세계에서 한미동맹과 미국에 의존해 신냉전에 최전방을 자처하는 일이 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입니다.
3. 한미일 군사협력은 계속 된다
10월 두 차례의 훈련으로 본격화된 한미일 군사협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선, 한미일 연합훈련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 공식비공식으로 훈련을 종용해 온 이유는 앞서 지적했듯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보려 하겠지만 미국과 일본은 한번 시작된 훈련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입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재개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은 이미 여러 건의 군사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부터 실시해온 한미일 연합훈련을 통해 현재도 한일 양국 간의 군사 정보는 공유되고 있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개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국가 간 체결되는 협정이 부여하는 ‘상징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양국이 공유하게 될 정보는 ‘2급 비밀’을 포함하고 있으며, 유사시 한미가 수행할 작계 5015까지 해당됩니다. 한국이 일본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지만, 일본이 이 협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차고도 넘칩니다.
지난 10월 4일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과 안보 분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싶다"는 의견을 비쳤고, 이는 2019년 종료 유예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복원할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음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입니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유사시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출동하게 되면 일본은 도로와 항구, 비행장 등 지자체와 민간의 시설과 인력을 동원해 '후방지원'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유사시 한국군 전시 작전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하에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원활한 전쟁 수행을 위해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은 필수입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양국 사이 군사 물자는 물론 무기까지 교환이 가능해집니다.
윤석열 정부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012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추진했던 당사자로,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과 교전권 부여의 정당성까지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과거 논문에서 김태효는 한일 양국이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되어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 정부 외교안보 실세로 꼽히는 고위 공직자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안보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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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연합훈련 반드시 막아야
한미일 연합훈련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독도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 위협 비행을 했던 초유의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자위대를 한반도로 끌어들이는데 급급합니다.
한미동맹 밖에 모르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한반도는 신냉전의 한복판에 성큼 들어서게 됐습니다. 과거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강대국 각축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이 어떤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미중간 대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대만과 대만해협이지만 정작 한반도가 직면한 위험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의 충돌이 끝을 의미한다면, 한반도는 남북 분단체제와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구도로 인해 다양한 파장과 심지어 무력충돌까지 몰아칠 수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앞으로 더욱 밀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더 가까워 질수록 전쟁과 충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