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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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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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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북녘 사람들의 생활을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 생활,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 생활, 직장과 군대, 농촌 생활, 연애와 결혼, 여가와 명절을 즐기는 모습까지 살펴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노후와 장례`를 알아보자.
사진 ▶ 대동강에서 열린 낚시대회에 참가한 북녘의 할아버지들
무릇 생명이 있는 것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조금 빠르고 늦은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직장에서, 군대에서 물러난 북녘 노인들의 삶의 모습과 가는 길을 들여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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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 따라 달라지는 `년로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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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학을 강조하는 북에서는 각 구역별로 있는 병원의 의사가 각 가정을 방문해 진찰을 해 준다. | 북에서는 사회주의 노동법 제5장 74조에 의해 만 60세(여자는 만 55세)까지 직장생활을 한 노동자 사무원에게 `년로보장`을 제공한다. `년로보장` 제도는 남쪽의 공무원, 군인 연금제도와 비슷한 제도로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서 로동할 수 없는 사람들을 집에서 편안히 쉬게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이라 정의되어 있다. 년로보장은 직종, 직업에 관계없이 남자는 만 60세부터, 여자는 만 55세부터 시작되며 상훈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보장 내용이 달라진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일정 정도 변화가 있었겠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여기서는 7·1조치 이전의 년로보장 내용을 소개한다. 김일성훈장, 공화국영웅 및 로력영웅 칭호를 받은 공로자에게는 퇴직 전 생활비의 100%에 해당되는 돈과 하루 600g의 식량이, 김일성상부터 로력훈장 이상의 상훈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퇴직 전 생활비의 60%와 식량 600g이 각각 지급되었다. 한편 국가훈장 3급 1개와 공로메달과 같은 일반 메달 6개 등 7개의 메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생활비의 50%와 식량 600g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상훈 없이 직장생활을 15~20년 하고 퇴직한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하루 300g의 식량과 함께 30~35원의 `년로연금`이 지급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다음에는 년로연금을 받으면서 집에서 돼지 등을 키우거나 손자, 손녀들을 보기도 하면서 노후를 보내게 된다. 한편 부양해줄 자식이 없거나 연고자가 없는 노인들은 노동법 8장 78조 "로동력을 잃어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들과 불구자들은 양로원과 양생원에 무료로 수용된다"에 의해 양로원에서 생활한다. 양로원의 수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몇 개 군 단위에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집단생활이나 불편한 시설을 꺼려 양로원에 들어가고자 하지 않는 무연고자들은 하루 600g의 식량배급과 매달 30원의 년로연금을 받으면서 혼자 생활하기도 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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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돌보기, 공원 산책, 낚시로 소일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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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는 최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평양 대동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 ⓒ연합뉴스 2005년 10월 5일 | 매일같이 아침이면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다가 퇴직을 하고 나면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져 이런 저런 소일거리를 찾게 된다. 손자, 손녀들 재롱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문수유희장과 같은 유희장을 찾아 물 미끄럼대를 타보기도 한다. 공원 산책을 나가 동네 노인들과 장기를 두기도 하고 때로는 볼링장을 찾기도 하지만 노년의 가장 좋은 소일거리로는 뭐니뭐니해도 낚시가 최고다. 대동강변이며 보통강변, 송화강변에 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와 함께 시간을 낚는 재미, 북에서 낚시는 지난 1970년대에 `낚시질애호가협회`가 구성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자연보호연맹 산하 단체인 이 `낚시질애호가협회`는 중앙과 도, 시, 군(구역)에 각각 조직을 두고 있다. 낚시협회는 회원들로부터 일정한 회비를 받고 회원증을 발급하는데 낚시협회 회원이 되면 대동강이나 보통강 등 국가가 지정한 낚시터에서 무료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경기도 종종 열린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낚은 고기를 안주 삼아 술 한잔으로 우애를 다지기도 한다고. 이때 꼴찌에게는 요리를 해야 하는 벌칙이 주어진다고 한다. 대동강에서 낚이는 물고기로는 잉어, 붕어, 살치(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가 있으며 8월에는 메기도 낚을 수 있다고 한다. 낚시 외에도 건강을 위해 태권도와 같은 운동을 즐기기도 하는데 특히 북의 `조선태권도위원회`는 일종의 국민체조와 비슷한 건강태권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보급하는 소년태권도와 함께 노인들을 위한 노인태권도를 개발해 보급했다. 노인태권도는 태권도의 24개 기본 틀 중에서 가려 뽑은 70개 동작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하거나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운동시간은 노인들에게 맞게 3분 정도인 건강태권도 보다 1분 짧은 2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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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손자, 증손자 둔 리정숙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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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돌 생일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직접 생일상을 받은 평양시 인민위원회 양로원에 있는 심영애 할머니. 조선중앙tv촬영 ⓒ연합뉴스 2005년 8월 22일 | 6·25전쟁 이후 한동안은 노동력 절약과 식량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회갑연을 잘 하지 않는 사회적 현상도 있었다. 특히 천리마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초에는 `60 청춘 90 환갑`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 회갑연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가족과 가까운 친척들만 참가한 소규모의 잔치는 어느 정도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어 1990년대부터는 `우리민족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우리 전통이 중요시되면서 회갑연도 고상한 미풍양속으로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2003년 7월 북의 《로동신문》에서 "인민들은 전통적인 생일 의례풍습을 살려 부모들과 형제, 친척, 동지들이 생일 60돐을 맞으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가정들에서 자손과 친척, 친우들이 축하해주고 새로운 결의를 나눈다. 이는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내세우는 우리사회의 고상한 미풍양속으로 된다"고 하는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회갑연에는 밤, 대추, 사과, 배 등 과일류와 떡, 구이, 찜 등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큰절을 하는데 이를 `헌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부가 함께 회갑을 맞을 경우에는 `남동여서`라 해서 남자는 동쪽에, 여자는 서쪽에 나란히 앉아 받고 이때 형제자매들이 옆에 함께 앉아 상을 같이 받기도 한다. 회갑 외에도 수명이 길어지면서 80돌, 90돌, 100돌을 쇠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은데 2002년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황해남도에서만 9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이 8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00돌을 맞는 사람들에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생일상을 내리기도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992년부터 생일 100돌을 맞는 노인들에게 `생일상`을 보내주고 있는데 그 숫자가 지난 1998년에는 3명, 1999년에는 4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8명, 2001년에는 11명으로 장수 노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2001년 100돌 생일상을 받은 11명의 노인만 봐도 할아버지는 단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명은 할머니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장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에 100세 이상의 장수자가 구체적으로 몇 명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1999년 4월 평양방송은 "우리나라 그 어디에 가나 장수촌이 있으며 90살, 100살 장수자들을 만날 수 있다. 평양시에만도 9명의 100세 장수자들이 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만경대동에 사는 105세의 리정숙 할머니는 북에서 잘 알려진 장수 노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슬하에 손자, 증손자가 50여 명이나 되는 리정숙 할머니는 지금도 절구질을 할 정도로 정정하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