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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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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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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소속 교사 120명을 포함한 130명의 방북단이 2003년 7월 29일부터 4박 5일간 북의 여러 교육관련 시설을 돌아봤다. 전교조 차원의 대규모 첫 방북행사에 참여한 현직 교사로부터 현장의 생생한 체험과 느낌을 들어본다.
글 ▶ 박미자 / 인천 산곡중학교 교사, 전교조 통일위원장 |
"반갑습니다. 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 6·15공동선언을 실현하여 기어이 후대들에게 통일조국의 앞날을 물려주기 위해서 민족교육의 길에서 다함께 노력합시다." 평양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북측 교육문화 직업동맹의 간부인 안내 선생의 짧은 환영인사와 함께 우리는 교육견학 일정을 시작하였다. 창광유치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운동장의 놀이터 옆에서 모여 우리를 환영해준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반갑습니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며 몇몇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자마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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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생활 하면 어린이 지능 높아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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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교사들이 창광유치원생과 인사하고 있다.(위) 창광유치원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한 남측 교사가 바라보고 있다.(아래) | 유치원에서는 만4세가 낮은 반이며 만5세가 높은 반이다. 아이들은 바른 자세로 크고 또렷하게 말하는 습관이 돼 있었다. 북측 특유의 성조를 살린 발음도 인상적이었다. 한 반은 24명 정도였고, 낮은반 어린이들은 주로 노래와 춤을 통한 몸 단련과 정서교육이 중심을 이룬다고 한다. 높은반 어린이들은 노래와 춤, 우리말과 셈세기 교육, 사회주의 도덕교육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고 한다. 우리가 수업 참관을 한 높은반 어린이교실의 뒷 칠판에는 시간표와 우리들 솜씨, 착한 어린이 스티커표를 붙인 그래프 등이 있었다. 시간표는 1교시와 2교시로 되어 있다. 일주일 시간표에는 우리말 세 시간, 셈세기 두 시간, 그리기와 만들기 두 시간, 노래와 춤 두 시간, 김일성 주석의 어린 시절을 포함한 사회주의 도덕 세 시간이 짜여 있었다. 유치원 높은반에서는 우리말을 자유롭게 읽고 쓰고, 30까지의 수 셈하기를 가르친다고 한다. 유치원 원장 선생님의 설명이다. "집단 생활을 하면 어린이들의 지능이 높아집니다. 하나를 선생이 배워주면 아이들끼리 서넛을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감이 있고 안정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안정감은 선생이 시켜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눈치보거나 주눅들지 않습니다. 그저 당당하고 뱃심이 든든합니다. 우리 창광유치원은 부모님과 일주일 동안 떨어져 생활하는 주탁아 시설입니다. 전문적인 일을 하는 어머니들이 주로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에서 근심걱정이 없습니다." 창광유치원은 500명의 유치원생과 300명의 탁아생을 맡아 교육하는 시설이다. 유치원 건물의 내부계단은 아이들의 신장을 고려해 계단높이가 낮았다. 수영장에서는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고, 체육놀이장에서는 줄넘기와 그네 등의 놀이를 하고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들은 오전 수업이 끝나면 수영장과 체육놀이장, 장난감이 있는 놀이장 등에서 악기도 배우고, 춤도 추고 놀이도 한다고 한다. 춤과 공연을 하는데, 너무나 열심히 진지하게 정성을 기울여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귀여운 어린이들은 유치원을 방문한 우리를 위하여 작은 공연을 하고 나서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불러줬다. 창광유치원에도 문장으로 된 구호들이 걸려 있다. 견학을 마치고 현관을 나오는데, 현관문에 눈에 띄는 글귀가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유치원에 맡겨놓고 출장을 갔지만 사실은 당의 품에 맡겨놓고 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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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제1중학교 학생들이 남쪽의 손님들을 환영하고 있다. | 소학교는 만6세부터 만9세까지 다니고, 중학교는 만10세에서 만15세까지 다닌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만16세부터 직장에 나가거나, 대학을 가거나, 군에 입대를 하는 세 가지 방향으로 진로를 정한다. 중학교 과정은 전반적인 기초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며, 실업계와 인문계의 구별은 없다고 한다. 모란봉제1중학교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꽃을 들고 있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민족공조`를 연호하면서 꽃을 주었다. 1954년부터 있었던 모란봉제1중학교는 1986년에 새로 건축했으며 56개의 교실과 22개의 실험실, 강당, 수영장, 체육관을 갖추고 있다. 145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100명의 교원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측 방문 교사들은 강당과 수영장, 체육관에 대해 모든 학교들이 이러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는가를 물었고, 안내하는 북측 교원은 평양 뿐 아니라, 모든 학교가 이러한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나라의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하루 일과는 1시 30분에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3시부터 희망과 소질에 따라 오후에는 소조활동을 한다고 한다. 복도에 붙어있는 주요 구호는 `항상 준비하자`, `몸과 마음을 튼튼히 준비하자` 등이었다. 참고로 유치원과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는 모두가 남녀공학이라고 한다. 북측 교육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한번 입학 때 담임을 한 교사가 졸업 때까지 담임을 한다는 점이다. 소학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담임을 하고, 중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담임이 바뀌지 않고 책임지도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 학교에 발령 받은 교사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평생 동안 그 학교에서 교원생활을 계속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장성해 고향방문을 하면 으레 스승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미덕이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아버지와 삼촌을 가르친 교사가 대를 이어 자식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