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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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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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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던가. 북에서도 추석은 설날과 함께 큰 명절 중의 하나다. 다만 남쪽과 달리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국가의 최대 명절로 자리잡고 있다. 북녘 명절 분위기를 한 번 엿보자.
사진 ▶ 수릿날, 평양 모란봉에서 널뛰기를 즐기는 북녘의 여성들
북녘에서 `명절`은 남쪽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으로 각종 국경일과 기념일, 민속 명절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북녘의 명절 중 `나라와 민족의 융성, 발전에 매우 의의깊고 경사스러운 날`인 국경일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인민군 창건기념일(4월 25일), 국제노동자절(5월 1일), 해방기념일(8월 15일), 정권 창건기념일(9월 9일),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 헌법절(12월 27일) 등이 있다. 국제 기념일로는 국제부녀절(3월 8일), 국제노동자절(5월 1일), 국제아동절(6월 1일), 비동맹의 날(9월 1일), 평화의 날(9월 1일) 등이 지정되어 있다. `사회의 일정한 부문이나 인민경제의 한 부문에서 경축하는 날`인 기념일의 대표적인 날로는 건재공업절(1월 8일), 기계절(2월 20일), 농업근로자절(3월 5일), 어부절(3월 22일), 보건절(4월 5일), 식수절(4월 6일), 체신절(4월 8일) 등이 있다. 북녘의 명절은 또 노동 여부와 의미에 따라 쉬는 날, 휴식일, 기념일로 나뉘기도 한다. 쉬는 날은 노동하지 않는 날로 설,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인민군 창건일, 국제노동절, 정전협정 체결일(북에서는 전승기념일이라 부른다), 해방 기념일 등 열흘이다. 휴식일은 해당 일은 쉬지만 앞뒤 일요일에 보충 노동을 하는 날로 과거에는 음력설, 한식, 단오, 추석 등 민속명절이 이에 속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민족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우리 전통과 민속명절이 중시되면서 민속명절의 위상이 높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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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세뱃돈 비교하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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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태양절 행사기간에 평양 개선문 앞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북 여성취주악대. | 민속명절로는 설날, 한식, 추석, 단오 등을 지낸다. 과거에는 일종의 `봉건잔재`로 여겨졌던 민속명절은 1988년 추석이, 1989년 설과 단오가 차례로 `민속명절`로 지정되면서 휴무일이 되었다. 이런 민속명절 때는 특별 배급도 주어진다. 추석이나 한식 때는 술, 사탕과자 등이 나오고 설날에는 떡을 하라고 찹쌀이 배급된다. 또 이런 민속명절 때는 친척도 만나고 제사도 지낼 수 있도록 여행증명서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귀성, 귀경객들을 위해 명절 기간 대중교통수단 운행 시간을 연장하는 것도 남과 북이 비슷하다. 2003년 새해 북은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궤도, 무궤도 전차를 밤새 운행했으며 1월 1일부터 3일까지는 전차와 시내버스를 연장운행했다. 특히 북에서는 이전에는 공식 설이 양력설로 1월 1일에만 사흘간 쉬고 특별 배급도 양력설에만 이뤄져 왔다. 그런데 1993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하루였던 음력설이 이틀로 연장된데 이어 2003년부터는 양력설보다 음력설을 사흘간 쉬는 기본 명절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장려하는 등 우리 고유의 명절과 문화를 되살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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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의 평양 김일성 광장. 소년과 소년들의 태권도 시범 행사 후 연을 날리거나 줄넘기, 배드민턴, 민속춤 등으로 설을 맞이한다. | 음력설과 더불어 정월대보름도 크게 쇠며 단오와 추석도 예로부터 불러오던 수릿날, 한가위로 부르도록 했다. 올 음력설은 그래서 예전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게 치러졌다. 설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새 옷을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에는 몇 가지 음식과 함께 반드시 떡국을 올리기 때문에 설날 차례를 `떡국 차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른 새벽 차례를 지낸 다음에는 일가 친척, 이웃들, 스승을 찾아가 세배를 한다. 용싯돈(세뱃돈)도 받는다.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용싯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비교하기도 한다. 세배를 마치고 나면 온 가족이 모여 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윷놀이와 같은 민속놀이를 하거나 평양의 모란봉, 대성산, 함흥의 동흥산, 사리원의 경암산 등을 찾아 민속놀이를 즐긴다. 각 지역 극장과 문화회관 등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예술단체, 근로단체 등의 공연이 열리고 기관, 기업소, 농장 등에서도 다양한 설맞이 모임과 경축공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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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을 맞아 김일성 광장으로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 | 아이들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각 지역 소학교와 중학교에서 연날리기, 제기차기, 썰매타기 등과 같은 민속놀이를 즐긴다. 김일성 주석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과 대성산혁명열사릉의 김정숙 동상 참배가, 다르다면 다른 남과 북의 설 풍경이다. 명절날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명절 음식. 설에는 평양시내 모든 식당이 떡과 지짐(부침개), 국밥, 약밥, 강정, 식혜, 수정과, 떡국, 만두국 외에도 노루와 꿩, 타조, 칠색송어, 메기, 쇠고기 등으로 갖가지 설 음식 특별 봉사를 한다. 식당 앞 거리에 야외봉사매대가 설치되기도 한다. 각 가정에서도 송편, 찰떡, 계피떡 등을 만들어 먹는다. 남쪽에서는 추석 때만 송편을 하는데 북에서는 거의 모든 명절마다 송편을 만든다는 것이 색다르다. 정월대보름도 음력설에 이어지는 빼놓을 수 없는 명절. 거리마다 `민속명절 정월대보름`이라 쓰인 축등이 걸리고 식당에서는 오곡밥과 약밥은 물론 고기쟁반국수, 냉면, 산적, 신선로, 녹두지짐, 도라지 생채 등 각종 전통음식들로 명절 분위기를 돋운다. 단합과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밧줄당기기, 바람개비놀이, 수레싸움 등의 놀이는 대보름 달맞이로 마무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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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릿날 그네뛰기, 한가위 조상 묘소 참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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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릿날,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씨름. 사진은 2003년 민족평화축전 민속경기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혼합으로 통일팀과 평화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식을 지내고 나면 수릿날(단오)이 찾아온다. 음력설과 정월대보름에 그랬듯이 북녘 주민들은 민족옷(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까운 유원지를 찾아 민속놀이와 오락경기를 즐긴다. 평양에서는 대성산, 모란봉, 릉라도, 대동강으로, 신의주에서는 압록강 유원지로, 사리원에서는 정방산 유원지로, 개성에서는 박연폭포, 만월대 등 명승지와 유원지로 나가 그네타기, 널뛰기, 씨름, 윷놀이, 장기, 낚시 등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농촌에서는 열두발 상모 춤, 봉산탈춤 등 농악무도 펼쳐진다. 음력 8월 15일 추석,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향 가까이 살기 때문에 남쪽만큼 귀성 전쟁이 심각하지 않은 때문인지 추석날 하루만 쉬지만 성묘를 하고 한가위 음식을 나누고 민속놀이를 하는 등 한가위를 즐기는 풍경만큼은 남과 북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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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북의 성묘 모습 | 성묘 방식은 남과 북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북쪽에서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쌀밥과 송편, 돼지고기, 사과, 감, 밤, 대추 등 과일과 계란, 두부, 콩나물 정도의 간소한 차례상을 산소에 차려놓고 큰절이 아니라 묵례를 한다. 그리고 빈 접시에 밥, 국, 반찬 등을 한숟갈씩 떠 묘 주변에 묻는다. 또 조상 묘를 찾는 것 외에 북에서는 인민군 열사묘, 애국렬사릉 등 열사 묘역을 찾아 성묘를 하기도 한다. 한가위 음식으로는 뭐니뭐니 해도 송편이다. 햇콩, 참깨, 밤, 대추 등의 속을 넣어 만든 송편을 한껏 즐긴 후에는 또 씨름대회, 그네뛰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판이 벌어진다. 손꼽히는 그네뛰기 장소로는 평양 창광산과 모란봉이라 하며 씨름 경기는 대동문과 보통문 앞뜰에서 하는 경기가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밧줄당기기, 소놀이, 거부기(거북이)놀이, 길쌈놀이를 하는 곳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