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1월 25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이 겪고 있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고, 시민사회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기자 간담회
기자 간담회에는 파주와 철원에서 어업과 농업으로 생을 일궈나가는 주민들, 김동엽 교수, 그리고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과 파주겨레하나 이재희 대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태호 소장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연평도 주민이 발언문을 보내왔습니다.
군사분계선 5km 이내 포사격이 예고된 2월, 바람이 바뀌는 봄에 대대적으로 진행될 대북전단살포, 3월 군사훈련 등이 특히 한반도, 특히 접경지역 위험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밤에 몰래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사후에 발견되기도 하고, 이미 유엔군 직할 관할인 대성동 마을은 출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북과 인접한 파주 지역에는 최근 무인기 정찰의 빈도수가 높아져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드론 추락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2월, <실사격 훈련반대, 대북전단 살포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행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겨레하나도 접경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입장문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서해 일대에서 남북 군사훈련 수위가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된 결과입니다.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위험이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월 초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의 포사격훈련 이전 한국과 미국의 연합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군과 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포사격훈련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남한은 이를 ‘도발’이라 간주하고 연평·백령·대청도 주민들을 대피까지 시키며 대응 사격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2022 국방백서>에서 이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북 군사적 압박과 적대 정책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을 격화시켰을 뿐입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채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에서도 위기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찰 비행은 2023년 11월 이미 재개되었고, 이제 지상과 해상에서 사격훈련과 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 규정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군사분계선 5km 내의 사격장들에서 실사격 훈련이 재개된다면, 지상의 국지전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에 더해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북 모두 9.19 군사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은 전쟁을 하자는 선포이지 위기 관리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군사 위기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의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 탓’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다시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2024년 1월 25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 이재희 파주겨레하나 대표
한반도 평화를 걱정하며 모이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북한의 개풍군과 강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파주에 살고 있는 이재희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사안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입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실제로는 저강도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이를 ‘북한 인권,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 왔습니다. 파주를 비롯해 김포,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은 행동을 해왔습니다.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가 인권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 활동입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삐라 살포는 교전 일방이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벌리는 고도의 심리전”, “전쟁 개시에 앞서 진행되는 사실상의 선제공격”, “일촉즉발의 현 정세 속에서 우리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악랄하게 헐뜯는 적대적인 심리전이 접경지역에서 자행될 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남북 간 합의는 모두 사실상 폐기되었고, 오늘이라도 포탄이 어디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4~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국지전이라도 일어날까 걱정하는 상황입니다만 저는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대북 전단 살포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이 주장하는 매년 4월 마지막주 북한자유주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바람이 바뀌는 3월부터 4월 북한자유주간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북한군이 휴전선을 넘어오는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대공 사격을 하거나, 심지어 보내는 원점 지역 타격까지 시도한다면 남북 간 교전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해 연평도 지역보다 파주, 김포, 연천 접경지역의 남북 군사 대결 문제가 어쩌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에 파주 시민들은 대북 전단 반대와 접경지역 평화를 걱정하며 적극적인 시민행동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2월 1일 시민단체, 정치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 방향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파주 시민들은 남북 화해 시대를 제일 앞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며, 남북 대결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평화가 누가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야 할 과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시는 많은 이들이 파주 시민들의 향후 행동을 잘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김용빈 (강원도 철원군 주민, 농민)
저는 한반도의 분단 지역으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로 마주 보며 경계를 서는 철원에서 살고 있는 김용빈입니다. 저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살면서 군인 초소에서 검문을 받고 전방 군사지역인 민간인통제선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즉 우리 철원 지역 농민들을 민통선 군사지역을 넘나들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군사 충돌 같은 비상시에는 긴급히 철수를 요청받거나 영농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예전에 여러 차례 경험이 있었는데 놀라기도 하고 영농 활동에 큰 불편이 발생합니다.
철원에서 그리고 철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북 전단, 일명 삐라를 북쪽으로 보내면 우리는 불안하고 긴장하게 됩니다.
우리 전방 지역 주민들은 전쟁의 위험과 그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휴전선에서 서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하며 사전에 긴 시간 동안 여러 징후들이 누적되었습니다.
지금도 남과 북은 여러 군사 훈련이 예전에 비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9.19 군사 합의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험악한 경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은 물론이고 정부의 대화 채널까지 모두 닫혔습니다.
요즘 지역을 오가는 군 차량이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어떤 군사작전이 시작되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세계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많은 희생자를 내며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전쟁이 한반도에서 그리고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부 당국은 아울러 9.19 군사 합의를 다시 존중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개정하여 다시 평화의 길을 개척해 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가 군사 대결보다는 평화적인 대화의 길을 찾기를 전방마을에 사는 주민으로서 다시 한번 더 촉구합니다.
▣ 박태원 (연평도 주민, 어민)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국지전이 발생한 군사분쟁지역입니다. 1999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연평도 포격이 주는 주된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군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해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서해 평화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어민들 사이에서 NLL 상의 불법 중국 어선은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으면 중국 어선들이 많이 출몰하고 남과 북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 어선들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연평도 주변 NLL에 중국 어선들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서해 포 사격 이후 1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를 찾아와 “주민 보호 태세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에 찾아온 1월 12일에도 행안부에는 서해5도 유사시 주민 피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피난 매뉴얼이 없어 연평도 주민들은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입니다.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입니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 한반도 군사 위기에 대한 진단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1월 5일 오전 북의 해안포 사격에 오후에는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면서 백령도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져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인천에서 연평도로 향하던 페리 운항도 전면 통제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한 조치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날 북의 해안포 사격은 9시부터 11시까지였습니다. 백령도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시간은 그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난 후였습니다. 늦장 대응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군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페리호 운항을 중단 한 것은 오전에 있었던 북의 사격 때문이 아니라 오후 3시부터 우리 군이 이에 맞대응하는 사격을 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군이 사격을 하면 과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행히 그날 그러한 상황까지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입니다. 국민을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군이 다음 일어날 일은 책임 질 수 없으니 국민들에게 알아서 대피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란 행동인지 과연 국가와 군이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힘겨루기식 치킨게임을 과연 국가가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을 국민들과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고 접경지역 주민들은 일상에서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군사위기는 다양한 원인과 이유 그리고 실제 발생 가능성까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단순히 한가지의 이유 누구 한쪽만의 잘못된 판단과 이유만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며 또 앞으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충돌 역시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군사위협만이라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1월초 NLL 인근에서 있었던 쌍방간 사격 역시 누가 먼저이고 누가 대응인지 서로의 주장이 다릅니다. 우리 군은 그날 오후 사격을 오전에 있어던 북의 200여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오히려 북도 이전 우리 군의 대규모 포사격과 기동훈련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올라가 있는 항행경보를 보면 우리 군이 이미 이전에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상 사격을 실시하기 위해 훈련구역을 설정하고 항행경보를 설정한 내용이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 1조 2항에는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로부터 북측 통천까지의 넓은 완충수역을 설정하여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부와 군은 군사합의 무용성을 주장하며 북이 군사합의를 3600여회나 위반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앞서 발간한 국방백서에 17회라고 적시하고 포문 개발 등 3400회를 더해 북한탓을 했습니다. 항행경보만 확인해 보더라도 과연 그럴까요? 북이 지난해 11월 23일 9.19 군사합의를 전면 폐기한 이후만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번 정부만이 아니라 지난 정부까지 9.19 합의 이후 정말 우리는 과연 9.19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완충구역에서 군사훈련이나 해상사격을 하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9.19 군사합의라는 완충장치이자 안전핀이 사실상 사라져 남북간 군사 충돌의 지리적 내용적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NLL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국지적 충돌의 도화선이 상존하는 상황입니다. 합참은 지난 8일에는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완충구역 효력상실을 전격 선언하면서 지상 및 NLL 등에서 군사 배치 및 활동이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회귀하였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북핵 문제를 내세운 한미동맹과 한미연합훈련 확대 실시, 확장억제 강화 및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증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유엔사 재활성화를 통한 대중국 포위망 구축은 남중국해와 대만문제, 일본의 재무장 등과 얽혀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과 위기를 촉발하고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적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이 좁은 땅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왜 해야하는지? 북한을 상대로 세계 군사 최강국인 미국과 6위인 한국만으로 부족해 왜 일본까지 끌어들여 결국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주변까지 확대된 위기의 불구덩이로 뛰어들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최근 북이 ‘두 개의 국가관계’ 선언과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기정 사실화 하고 남반부 평정론까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이 전쟁을 할 결심을 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북이 이야기 한 것은 분명히 먼저 전쟁을 할 일이 없다는 것과 함께 회피할 생각도 없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연합훈련의 내용에도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이 있고 거기에 더해 참수작전도 있습니다. 과연 이를 두고 북의 한반도 전쟁 언급과 남한 점령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힘에 의한 평화’의 결과는 한반도 평화의 실종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시킴을 넘어 이제 실제 위기로까지 발화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즉・강・끝 원칙에 따라 다시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응징태세를 갖춰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와 군가적 대응은 접경지역 주민을 볼모로 하고 국민의 삶에서 평화와 행복을 빼앗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9.19 군사합의 무력화이고 무엇을 위한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인가?
정권을 위한 것인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전쟁을 위한 것인가 평화를 위한 것인가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1월 25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이 겪고 있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고, 시민사회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기자 간담회
기자 간담회에는 파주와 철원에서 어업과 농업으로 생을 일궈나가는 주민들, 김동엽 교수, 그리고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과 파주겨레하나 이재희 대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태호 소장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연평도 주민이 발언문을 보내왔습니다.
군사분계선 5km 이내 포사격이 예고된 2월, 바람이 바뀌는 봄에 대대적으로 진행될 대북전단살포, 3월 군사훈련 등이 특히 한반도, 특히 접경지역 위험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밤에 몰래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사후에 발견되기도 하고, 이미 유엔군 직할 관할인 대성동 마을은 출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북과 인접한 파주 지역에는 최근 무인기 정찰의 빈도수가 높아져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드론 추락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2월, <실사격 훈련반대, 대북전단 살포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행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겨레하나도 접경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입장문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서해 일대에서 남북 군사훈련 수위가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된 결과입니다.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위험이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월 초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의 포사격훈련 이전 한국과 미국의 연합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군과 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포사격훈련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남한은 이를 ‘도발’이라 간주하고 연평·백령·대청도 주민들을 대피까지 시키며 대응 사격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2022 국방백서>에서 이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북 군사적 압박과 적대 정책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을 격화시켰을 뿐입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채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에서도 위기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찰 비행은 2023년 11월 이미 재개되었고, 이제 지상과 해상에서 사격훈련과 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 규정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군사분계선 5km 내의 사격장들에서 실사격 훈련이 재개된다면, 지상의 국지전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에 더해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북 모두 9.19 군사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은 전쟁을 하자는 선포이지 위기 관리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군사 위기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의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 탓’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다시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2024년 1월 25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 이재희 파주겨레하나 대표
한반도 평화를 걱정하며 모이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북한의 개풍군과 강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파주에 살고 있는 이재희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사안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입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실제로는 저강도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이를 ‘북한 인권,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 왔습니다. 파주를 비롯해 김포,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은 행동을 해왔습니다.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가 인권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 활동입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삐라 살포는 교전 일방이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벌리는 고도의 심리전”, “전쟁 개시에 앞서 진행되는 사실상의 선제공격”, “일촉즉발의 현 정세 속에서 우리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악랄하게 헐뜯는 적대적인 심리전이 접경지역에서 자행될 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남북 간 합의는 모두 사실상 폐기되었고, 오늘이라도 포탄이 어디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4~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국지전이라도 일어날까 걱정하는 상황입니다만 저는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대북 전단 살포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이 주장하는 매년 4월 마지막주 북한자유주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바람이 바뀌는 3월부터 4월 북한자유주간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북한군이 휴전선을 넘어오는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대공 사격을 하거나, 심지어 보내는 원점 지역 타격까지 시도한다면 남북 간 교전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해 연평도 지역보다 파주, 김포, 연천 접경지역의 남북 군사 대결 문제가 어쩌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에 파주 시민들은 대북 전단 반대와 접경지역 평화를 걱정하며 적극적인 시민행동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2월 1일 시민단체, 정치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 방향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파주 시민들은 남북 화해 시대를 제일 앞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며, 남북 대결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평화가 누가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야 할 과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시는 많은 이들이 파주 시민들의 향후 행동을 잘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김용빈 (강원도 철원군 주민, 농민)
저는 한반도의 분단 지역으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로 마주 보며 경계를 서는 철원에서 살고 있는 김용빈입니다. 저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살면서 군인 초소에서 검문을 받고 전방 군사지역인 민간인통제선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즉 우리 철원 지역 농민들을 민통선 군사지역을 넘나들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군사 충돌 같은 비상시에는 긴급히 철수를 요청받거나 영농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예전에 여러 차례 경험이 있었는데 놀라기도 하고 영농 활동에 큰 불편이 발생합니다.
철원에서 그리고 철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북 전단, 일명 삐라를 북쪽으로 보내면 우리는 불안하고 긴장하게 됩니다.
우리 전방 지역 주민들은 전쟁의 위험과 그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휴전선에서 서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하며 사전에 긴 시간 동안 여러 징후들이 누적되었습니다.
지금도 남과 북은 여러 군사 훈련이 예전에 비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9.19 군사 합의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험악한 경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은 물론이고 정부의 대화 채널까지 모두 닫혔습니다.
요즘 지역을 오가는 군 차량이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어떤 군사작전이 시작되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세계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많은 희생자를 내며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전쟁이 한반도에서 그리고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부 당국은 아울러 9.19 군사 합의를 다시 존중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개정하여 다시 평화의 길을 개척해 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가 군사 대결보다는 평화적인 대화의 길을 찾기를 전방마을에 사는 주민으로서 다시 한번 더 촉구합니다.
▣ 박태원 (연평도 주민, 어민)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국지전이 발생한 군사분쟁지역입니다. 1999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연평도 포격이 주는 주된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군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해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서해 평화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어민들 사이에서 NLL 상의 불법 중국 어선은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으면 중국 어선들이 많이 출몰하고 남과 북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 어선들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연평도 주변 NLL에 중국 어선들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서해 포 사격 이후 1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를 찾아와 “주민 보호 태세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에 찾아온 1월 12일에도 행안부에는 서해5도 유사시 주민 피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피난 매뉴얼이 없어 연평도 주민들은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입니다.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입니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 한반도 군사 위기에 대한 진단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1월 5일 오전 북의 해안포 사격에 오후에는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면서 백령도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져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인천에서 연평도로 향하던 페리 운항도 전면 통제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한 조치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날 북의 해안포 사격은 9시부터 11시까지였습니다. 백령도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시간은 그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난 후였습니다. 늦장 대응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군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페리호 운항을 중단 한 것은 오전에 있었던 북의 사격 때문이 아니라 오후 3시부터 우리 군이 이에 맞대응하는 사격을 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군이 사격을 하면 과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행히 그날 그러한 상황까지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입니다. 국민을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군이 다음 일어날 일은 책임 질 수 없으니 국민들에게 알아서 대피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란 행동인지 과연 국가와 군이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힘겨루기식 치킨게임을 과연 국가가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을 국민들과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고 접경지역 주민들은 일상에서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군사위기는 다양한 원인과 이유 그리고 실제 발생 가능성까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단순히 한가지의 이유 누구 한쪽만의 잘못된 판단과 이유만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며 또 앞으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충돌 역시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군사위협만이라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1월초 NLL 인근에서 있었던 쌍방간 사격 역시 누가 먼저이고 누가 대응인지 서로의 주장이 다릅니다. 우리 군은 그날 오후 사격을 오전에 있어던 북의 200여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오히려 북도 이전 우리 군의 대규모 포사격과 기동훈련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올라가 있는 항행경보를 보면 우리 군이 이미 이전에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상 사격을 실시하기 위해 훈련구역을 설정하고 항행경보를 설정한 내용이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 1조 2항에는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로부터 북측 통천까지의 넓은 완충수역을 설정하여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부와 군은 군사합의 무용성을 주장하며 북이 군사합의를 3600여회나 위반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앞서 발간한 국방백서에 17회라고 적시하고 포문 개발 등 3400회를 더해 북한탓을 했습니다. 항행경보만 확인해 보더라도 과연 그럴까요? 북이 지난해 11월 23일 9.19 군사합의를 전면 폐기한 이후만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번 정부만이 아니라 지난 정부까지 9.19 합의 이후 정말 우리는 과연 9.19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완충구역에서 군사훈련이나 해상사격을 하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9.19 군사합의라는 완충장치이자 안전핀이 사실상 사라져 남북간 군사 충돌의 지리적 내용적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NLL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국지적 충돌의 도화선이 상존하는 상황입니다. 합참은 지난 8일에는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완충구역 효력상실을 전격 선언하면서 지상 및 NLL 등에서 군사 배치 및 활동이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회귀하였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북핵 문제를 내세운 한미동맹과 한미연합훈련 확대 실시, 확장억제 강화 및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증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유엔사 재활성화를 통한 대중국 포위망 구축은 남중국해와 대만문제, 일본의 재무장 등과 얽혀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과 위기를 촉발하고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적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이 좁은 땅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왜 해야하는지? 북한을 상대로 세계 군사 최강국인 미국과 6위인 한국만으로 부족해 왜 일본까지 끌어들여 결국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주변까지 확대된 위기의 불구덩이로 뛰어들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최근 북이 ‘두 개의 국가관계’ 선언과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기정 사실화 하고 남반부 평정론까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이 전쟁을 할 결심을 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북이 이야기 한 것은 분명히 먼저 전쟁을 할 일이 없다는 것과 함께 회피할 생각도 없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연합훈련의 내용에도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이 있고 거기에 더해 참수작전도 있습니다. 과연 이를 두고 북의 한반도 전쟁 언급과 남한 점령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힘에 의한 평화’의 결과는 한반도 평화의 실종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시킴을 넘어 이제 실제 위기로까지 발화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즉・강・끝 원칙에 따라 다시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응징태세를 갖춰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와 군가적 대응은 접경지역 주민을 볼모로 하고 국민의 삶에서 평화와 행복을 빼앗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9.19 군사합의 무력화이고 무엇을 위한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인가?
정권을 위한 것인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전쟁을 위한 것인가 평화를 위한 것인가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