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조일평양선언 20주년 국제심포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조일평양선언, 기억하시나요? 벌써 20년전의 일이니, 참 오래 전일 입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상 첫, 정상회담과 함께 합의한 조일평양선언은 조일수교협상의 첫 단계로 불려 집니다. 그러나 조일수교협상은 진행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지 77년이 흘렀지만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은 수교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평양선언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일본의 최대 평화단체인 <포럼 평화, 인권, 환경>이 매해 주최하던 행사를 20주년의 의미에 맞게 확대해 진행한 행사입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전문가들과 일조국교교섭20년검증회의(日朝國交交涉20年檢證會議)를 구성, 9월 16일 '조선과 일본 수교 교섭사 보고회'를 진행했는데, "2006년 아베 정부가 납치 3원칙을 천명하면서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는 것을 조일수교 지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는 검증회의를 주도했던 와다 하루키 교수도 참가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겨레하나로서는 일본에서 조일관계를 걱정하고 조일수교를 위해 애쓰는 활동하는 많은 단체와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뜻깊은 초대였습니다. 그동안 대일과거사와 강제동원 문제,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하는 운동을 진행하면서 일본의 평화단체들, 재일동포들과도 연계할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만남이 중단된 상황이었습니다. 또 한일관계 개선을 둘러싸고 많은 쟁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시민사회의 고민과 활동이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이들이 던진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인 조선과 아직도 수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질문과 ‘우리가 먼저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성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또다시 동북아 정세가 격화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일 평화시민들의 만남과 연대가 더 활발해져야겠다고, 다짐한 방문이었습니다.
자세한 심포지엄 소식은 아래 <기고글>로 전하겠습니다.
일본은 조일평양선언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참가기] 도쿄 조일평양선언 20주년 국제 심포지엄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241
일본-재일동포 평화단체, 조일평양선언 이행과 국교정상화 촉구
조일평양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20일, 도쿄에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일본 최대 평화단체인 ‘포럼 평화·인권·환경(공동대표, 후지모토 야스나리)’이 주최, 주관했으며, 손형근(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와타나베 다케시(동아시아시민연대), 야노 히데키(강제동원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이영훈(재일조선인평화통일협회) 등 22명의 단체 대표가 제안자로 참여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조일평양선언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베 집권이후 한일관계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인데다 하물며, 조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야흐로 협상의 시대는 가고, 대결은 깊어져 갈 것인가.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요즘,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국제 심포지엄은 일본의 각계각층 인사들로 성황을 이뤘다. 250여 참가자들, 축사를 한 미즈오카 슌이치 입헌민주당 의원과 핫토리 요이치 사회민주당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아베의 납치 3원칙, 역사수정주의가 조일수교 걸림돌
참가자들과 주최 측의 전언에 따르면 조일평양선언 20주년을 맞는 일본 정계와 언론의 초점은 역시, 납치문제였다고 한다. 2002년 당시 관방부장관이었던 아베는 평양선언을 반대했었다. 아베는 납치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방일 중인 5명을 그대로 영구귀국 시키는 ‘애국적 결단’으로 총리가 됐다. 이미 5명에 대한 귀국절차가 조일간 협의되고 있었지만 외교적 약속 따위는 아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베 정치의 맥을 이어온 일본은 여전이 아베의 '납치 3원칙'을 조일수교의 전제로 내걸고 있다. 그래선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일본 언론들이 참가해 관심을 나타냈다.
후지모토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조일수교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아베 정부의 '납치 3원칙'때문이라며, 국교정상화를 빠르게 실현해나가자던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침략전쟁의 반성 위에서 성립한 평화헌법은 동아시아에서 두 번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메시지"라며, "평화헌법의 준수가 일조간 대화를 열고, 나아가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표자인 후쿠하라 유지(福原裕二) 시마네 현립대학 교수 역시, 발표에서 와다 하루키 선생을 주축으로 진행된 일조국교교섭20년검증회의(日朝國交交涉20年檢證會議) 주최로 열린 '조선과 일본 수교 교섭사 보고회'를 언급하며, "2006년 아베 정부가 납치 3원칙을 천명하면서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정부가 조선과 한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조성해 왔다며, "반일에서 일(日)은 일본인, 일본정부 등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설명했을 때 일본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는 예를 들어, '우경화'와 '역사수정주의'가 만연해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후쿠하라 유지 교수는 현 상황을 일본과 한반도의 문제라고 보기 전에 "일-일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일-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자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겸허해야 한다"며 자신이 청진외국어고급중학교에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오감을 열고 이해하자"며 '교류'를 과제로 내놨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조선이 선린외교를 모색할 때'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장은 "조일평양선언 이행과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억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조일평양선언이 이행되지 않은 채 20년이 지나면서, 이 지역에 선언에서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 생겨나고 있"다며, "불신의 연쇄와 힘에 의한 위협은 언젠가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일본이 최근 추진하는 적기지공격능력 보유가 결국 "정전협정 하에서 미국과 교전관계에 있는 조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대중, 대러 봉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진단했다. 이어 "조선은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특정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제 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조선의 전쟁주적론과 평화의 방패"로 소개했다.
김 편집장은 발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 중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 부분을 인용하며,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조선과 선린외교를 모색해야 할 때"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마침 '북과 아무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한 기시다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이 겹치는 대목이다. 아베와는 다른 접근을 권고한 '조일국교교섭20주년 검증회의'의 조언이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기시다 총리의 제안은 납치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연설의 진정성은 앞으로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 재일동포 문제 등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곧 확인되지 않을까.
식민주의, 전쟁범죄 청산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막아야
한국측 발제는 "한일협정과 한일관계 현안,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는데, 필자는 발제에서 한일협정의 문제점과 현재 한일관계 문제가 식민지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한일협정의 불완정성에서 비롯됐다는 점, 과거청산 없이 진행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한미일 군사동맹의 근원으로써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극복 등을 제시했다. 또 조일수교 과정이 한일협정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한국측 발제에 대해 과거 청산없이 진행된 한일 국교정상화가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특히 대일과거 청산을 위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투쟁에 대해 알게 된 것을 반가워했다.
조일평양선언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다시 군국주의를 향해 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진행되었다. 신냉전 질서가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식민지배, 전쟁범죄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결과는 오늘날 고스란히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일수교 협상의 중단도 일본의 재무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과연 일본은 식민주의를 청산하고 조일수교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국은 한일협정 체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미국의 일극 패권이 끝나가는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질문은 진행형이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식민주의와 전쟁범죄 청산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임에 공감하고, 호소문을 통해 "일본의 전후 77년, 무슨 이유로 조선과 국교수립을 못하고 있는지, 우리가 먼저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평양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250여 일본 평화운동가들과 재일동포들. 한국의 참가자들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새로운 세계를 위한 연대를 굳게 이어 나갈 것을 결의하며 뜻 깊은 토론을 마무리했다.
도쿄, 조일평양선언 20주년 국제심포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조일평양선언, 기억하시나요? 벌써 20년전의 일이니, 참 오래 전일 입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상 첫, 정상회담과 함께 합의한 조일평양선언은 조일수교협상의 첫 단계로 불려 집니다. 그러나 조일수교협상은 진행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지 77년이 흘렀지만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은 수교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평양선언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일본의 최대 평화단체인 <포럼 평화, 인권, 환경>이 매해 주최하던 행사를 20주년의 의미에 맞게 확대해 진행한 행사입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전문가들과 일조국교교섭20년검증회의(日朝國交交涉20年檢證會議)를 구성, 9월 16일 '조선과 일본 수교 교섭사 보고회'를 진행했는데, "2006년 아베 정부가 납치 3원칙을 천명하면서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는 것을 조일수교 지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는 검증회의를 주도했던 와다 하루키 교수도 참가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겨레하나로서는 일본에서 조일관계를 걱정하고 조일수교를 위해 애쓰는 활동하는 많은 단체와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뜻깊은 초대였습니다. 그동안 대일과거사와 강제동원 문제,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하는 운동을 진행하면서 일본의 평화단체들, 재일동포들과도 연계할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만남이 중단된 상황이었습니다. 또 한일관계 개선을 둘러싸고 많은 쟁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시민사회의 고민과 활동이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이들이 던진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인 조선과 아직도 수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질문과 ‘우리가 먼저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성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또다시 동북아 정세가 격화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일 평화시민들의 만남과 연대가 더 활발해져야겠다고, 다짐한 방문이었습니다.
자세한 심포지엄 소식은 아래 <기고글>로 전하겠습니다.
일본은 조일평양선언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참가기] 도쿄 조일평양선언 20주년 국제 심포지엄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통일뉴스 기고글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241
일본-재일동포 평화단체, 조일평양선언 이행과 국교정상화 촉구
조일평양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20일, 도쿄에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일본 최대 평화단체인 ‘포럼 평화·인권·환경(공동대표, 후지모토 야스나리)’이 주최, 주관했으며, 손형근(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와타나베 다케시(동아시아시민연대), 야노 히데키(강제동원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이영훈(재일조선인평화통일협회) 등 22명의 단체 대표가 제안자로 참여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조일평양선언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베 집권이후 한일관계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인데다 하물며, 조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야흐로 협상의 시대는 가고, 대결은 깊어져 갈 것인가.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요즘,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국제 심포지엄은 일본의 각계각층 인사들로 성황을 이뤘다. 250여 참가자들, 축사를 한 미즈오카 슌이치 입헌민주당 의원과 핫토리 요이치 사회민주당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아베의 납치 3원칙, 역사수정주의가 조일수교 걸림돌
참가자들과 주최 측의 전언에 따르면 조일평양선언 20주년을 맞는 일본 정계와 언론의 초점은 역시, 납치문제였다고 한다. 2002년 당시 관방부장관이었던 아베는 평양선언을 반대했었다. 아베는 납치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방일 중인 5명을 그대로 영구귀국 시키는 ‘애국적 결단’으로 총리가 됐다. 이미 5명에 대한 귀국절차가 조일간 협의되고 있었지만 외교적 약속 따위는 아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베 정치의 맥을 이어온 일본은 여전이 아베의 '납치 3원칙'을 조일수교의 전제로 내걸고 있다. 그래선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일본 언론들이 참가해 관심을 나타냈다.
후지모토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조일수교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아베 정부의 '납치 3원칙'때문이라며, 국교정상화를 빠르게 실현해나가자던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침략전쟁의 반성 위에서 성립한 평화헌법은 동아시아에서 두 번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메시지"라며, "평화헌법의 준수가 일조간 대화를 열고, 나아가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표자인 후쿠하라 유지(福原裕二) 시마네 현립대학 교수 역시, 발표에서 와다 하루키 선생을 주축으로 진행된 일조국교교섭20년검증회의(日朝國交交涉20年檢證會議) 주최로 열린 '조선과 일본 수교 교섭사 보고회'를 언급하며, "2006년 아베 정부가 납치 3원칙을 천명하면서 스스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정부가 조선과 한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조성해 왔다며, "반일에서 일(日)은 일본인, 일본정부 등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설명했을 때 일본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는 예를 들어, '우경화'와 '역사수정주의'가 만연해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후쿠하라 유지 교수는 현 상황을 일본과 한반도의 문제라고 보기 전에 "일-일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일-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자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겸허해야 한다"며 자신이 청진외국어고급중학교에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오감을 열고 이해하자"며 '교류'를 과제로 내놨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조선이 선린외교를 모색할 때'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장은 "조일평양선언 이행과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억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조일평양선언이 이행되지 않은 채 20년이 지나면서, 이 지역에 선언에서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 생겨나고 있"다며, "불신의 연쇄와 힘에 의한 위협은 언젠가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일본이 최근 추진하는 적기지공격능력 보유가 결국 "정전협정 하에서 미국과 교전관계에 있는 조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대중, 대러 봉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진단했다. 이어 "조선은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특정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제 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조선의 전쟁주적론과 평화의 방패"로 소개했다.
김 편집장은 발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 중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 부분을 인용하며,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조선과 선린외교를 모색해야 할 때"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마침 '북과 아무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한 기시다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이 겹치는 대목이다. 아베와는 다른 접근을 권고한 '조일국교교섭20주년 검증회의'의 조언이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기시다 총리의 제안은 납치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연설의 진정성은 앞으로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 재일동포 문제 등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곧 확인되지 않을까.
식민주의, 전쟁범죄 청산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막아야
한국측 발제는 "한일협정과 한일관계 현안,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는데, 필자는 발제에서 한일협정의 문제점과 현재 한일관계 문제가 식민지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한일협정의 불완정성에서 비롯됐다는 점, 과거청산 없이 진행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한미일 군사동맹의 근원으로써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극복 등을 제시했다. 또 조일수교 과정이 한일협정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한국측 발제에 대해 과거 청산없이 진행된 한일 국교정상화가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특히 대일과거 청산을 위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투쟁에 대해 알게 된 것을 반가워했다.
조일평양선언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다시 군국주의를 향해 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진행되었다. 신냉전 질서가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식민지배, 전쟁범죄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결과는 오늘날 고스란히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일수교 협상의 중단도 일본의 재무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과연 일본은 식민주의를 청산하고 조일수교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국은 한일협정 체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미국의 일극 패권이 끝나가는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질문은 진행형이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식민주의와 전쟁범죄 청산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임에 공감하고, 호소문을 통해 "일본의 전후 77년, 무슨 이유로 조선과 국교수립을 못하고 있는지, 우리가 먼저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평양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250여 일본 평화운동가들과 재일동포들. 한국의 참가자들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새로운 세계를 위한 연대를 굳게 이어 나갈 것을 결의하며 뜻 깊은 토론을 마무리했다.